2024 갑진년 단재 순국 기념 헌사(獻辭)
하늘이 내시고 땅이 키우신 그는 역사의 고장 충청에서 나고 묻히신 단재 신채호 선생이다. 민족의 스승이신 선생께서는 애국계몽기의 백척간두(百尺竿頭)와 같은 상황에서도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우리에게 사람의 도리를 일러 주셨고, 일제강점기의 사면초가(四面楚歌)와 같은 곤궁에서도 민족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깨우쳐 주셨다. 선생께서는 비분강개(悲憤慷慨)의 칼을 갈고 우국충정(憂國衷情)의 눈물을 뿌리며 문인, 언론인, 교육자, 역사학자, 독립운동가로 파란(波瀾)과 만장(萬丈)의 일생을 사셨다.
선생은 조국 대한(大韓)이 비통하게도 제국주의 일본의 총칼 아래 노예가 되었을 때 통한의 절규를 외치면서 해외로 망명하여 오로지 민족을 위해 헌걸찬 일생을 사신 우리의 스승이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재물의 부족과 일신의 불편을 원망하지만 어찌 단재 선생께서 옥중의 병든 몸으로 조선 역사를 집필하시던 고통과 비교할 것이며, 어찌 한 그릇의 물로 세 끼를 연명하시던 가난과 비교할 것인가! 1936년 이역(異域) 하늘 여순(旅順) 감옥에서 친일매국노가 도우려던 가석방을 받아들이지 않고 옥중 순국한 선생의 뜻이 빛나고 있건만, 무슨 연유로 우리는 일신의 평안을 위하여 진리와 정의와 기상(氣象)을 잊어버리고 말았는가!
저기, 바로 저 하늘 너머에 선생께서 못다 이룬 민족국가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 있건만 오늘 세상은 썩은 무리와 권세를 탐하는 홍진(紅塵)으로 어둡다. 여기 선생의 뜻을 이어받고자 뜻있는 사람이 모였다. 분열 대신 화합을, 미움 대신 사랑을, 절망 대신 희망의 횃불을 들고 열린 민주사회, 통일 민족국가, 보편 세계주의의 찬란한 꿈을 키우기 위해서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고자 함께 하였다. 우리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고귀한 영혼과 높은 기개를 기리며, 정성으로 선생께 올리는 향을 살라서 삼천리 강토에 뿌리고자 한다. 하늘과 땅과 신이시어, 홍진의 대한 강토(疆土)를 단재신채호선생의 기상으로 형형하게 일으켜 주소서.
2024. 2. 21
사)단재신채호선생 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