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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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가 신문 언론계에 처음 투신한 것은 1905년 그의 나이 26세부터이다. 『황성신문』의 사장 장지연의 초빙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그 신문의 논설기자가 되어 언론활동에 앞장서게 되었다. 당시 유학 부문의 최고 관문인 성균관 경학시험에 합격하여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성균관 박사가 될 정도로 그는 20대의 청년기에 백과전서적인 박식가로 이름이 났으며, 설득력 있는 문장을 쓰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다
『황성신문』에서 단재가 활동하였던 기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항일언론의 최선봉에 섰던『대한매일신보』의 초빙을 받아 논설기자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그의 언론활동은 절정을 이루게 된다. 단재의 국내에서의 언론활동은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의 주필로 참여하였고, 부녀자들의 계몽잡지인 『가뎡잡지』의 편집인으로도 활동하였다.
단재는 漢文學에 능통한 사람으로 자신의 주의나 주장을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전개하는 양식인 ‘議論散文'에 능했다. 단재의 문장은 힘차고 강렬하며, 구체적이고 생동감이 있었다. 기백이 넘쳐 기가 펄펄 살아 있음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단재는 1910년까지 국내에서는 전국민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위대한 애국계몽 사상가이며 운동가로 꼽을 수 있으며,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할 만큼 민족주의 사관을 정립시키는데 공헌한 위대한 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단재는 언론을 통하여 그의 사상과 이론을 전파하였으며 국권회복을 위해 반외세 민족운동노선을 펼쳤다. 그러나, 기울어진 국운을 바로 세우는 국내의 활동에 한계를 느끼게 되자 동지들과 국외로 망명을 떠나게 되고 국내에서의 언론활동은 막을 내리게 된다.
단재는 중국 청도를 거쳐 블라디보스톡으로 건너 갔다. 그 곳에서는 이미 『대동공보』라는 신문이 발행되었다가 폐간된 상태였고, 1911년 『大洋報』라는 신문이 6월 5일 창간 되었다. 신문의 체제는 『대동공보』와 같았고 전지 국문의 4쪽짜리 신문이었다. 『대양보』는 창간호부터 일본의 한국통치를 맹렬하게 공격하는 등 항일논조로 일관하였다. 이때 신채호는 이 신문의 주필로 활약하였다. 이 신문은 창간된지 한달 후인 7월 3일 청년권업회가 권업회 발기회와 합하여 권업회의 기관지로 발전하였다.
『권업신문』은 1912년 4월 22일부터 1914년 8월 30일까지 약 2년 동안 총 126호가 간행되었던 신문으로 단재는 초대 주필로 매호마다 민족혼을 불러 일으키는 논설을 게재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의 근무 기간은 확실치 않으나 1913년 10월 이후에는 상해 북경 등지에 체류하였으므로 약 1년 6개월 정도 근무하였다고 추정된다.
국내에서 3·1운동이 거족적으로 발발하자 단재는 국외 독립운동의 중심적 거점이었던 상해로 와서 임시정부조직에 참여하였다. 상해 임시정부의 기관지 『독립신문』이 창간된지 2개월 후인 1919년 10월 28일에 단재는 『신대한』을 발행하고 그 주필로 활약한다. 이 신문은 신규식의 후원아래 발행된 것으로 임시정부의 노선과 행동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기사와 함께 『독립신문』의 문약한 논조를 낱낱히 지적하고 공격하였다.
『신대한』은 주 2회(화·금요일) 발간으로 『독립신문』 보다 넓은 지면을 발행하였다. 단재가 집필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창간사에는 신문 발행의 목적을 '독립을 부르짖어 원수 적을 꾸짖으며 내외사정을 보도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며, 우리도 미래의 이상세계는 빈부평균을 주장하나 2천년의 원수가 우리의 수족을 묶고 도살을 실시하고 있으니 우리가 바라는 바는 원수를 물리치고 민족을 보전할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신대한』이 언제까지 발행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제18호가 1920년 1월 23일치 인 점이 밝혀져 있고 그해 4월 단재가 다시 북경으로 가서 제2회 보합단 조직에 참여한 점으로 보아 4개월 내지 5개월 정도 발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해 4월 19알 신채호는 임시 대통령 이승만의 지난날 과오 즉 위임통치청원 사실을 규탄하는 [성토문]을 기초하고 이를 발표하였다.
단재는 중국에서 『天鼓』라는 순한문 잡지를 발행하기도 하고 『中華報』와 같은 중국어신문에 논설을 기고하기도 하는 등 언론활동을 계속하였다. 특히 국내의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시대일보』 등에는 그의 논설이나 史論이 소개되어 국내의 독자들에게도 그의 명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1928년 무정부주의 활동에 연루되어 여순감옥에서 수형 생활을 하면서도 역사연구와 집필을 계속하였던 것이다.
일제하에서의 단재는 국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름난 학자요 저널리스트요 역사연구가이며 소설가 시인 등의 영예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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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귀중함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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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을 길러내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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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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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기만 한 內閣의 七大臣들아!
버젓한 國庫金을 매달 月末에 몇 百圓씩, 그대들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私物이나 뭣만 같이 비밀로 끌어내던져서, 一大 魔窟을 설치해 놓았다.
그리하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던, 저 趙高의 손을 빌고, 堅白 同異의 辯을 일삼는 公孫龍의 혀를 겸하게 해놓았다.
그래서 매일같이 그대들을 위하여 찬송하고, 매일같이 그대들을 위하여 辯護하는 것이다.
그런즉 이제는 안으로는 全國 二千萬 同胞의 눈들이 일시에 다 멀게 되었고, 밖으로는 世界 十五億 人類의 귀들이 일시에 다 귀머거리가 되게 되었다.
그리하여 장차 악착스럽게 私利나 탐하려고 드는 그대들을 굳게기가 호랑이만 같은 臣物로 간주하고, 시시하게 꼬리를 쳐 아양이나 떠는 그대들을 용감하기가 龍만 같은 英雄으로 우러러 받들어야만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금 罪惡이 山만 같이 쌓이고, 惡業이 바다만 같이 깊어서 개·돼지 만도 못한 賣國賊의 行爲를 손 하나로 가릴 수가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과연 韓國의 大功臣, 大忠臣, 大英雄, 大政治家라는 名譽가 그대들 七人의 코앞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아! 말지어다! 그대들의 마음을 쓰는 것이 또한 간고한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靑天白日이 위에서 환히 비치고 있는데, 그대들의 그 계책이 뜻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列聖의 神靈이 皇帝의 좌우에 있는데 그대들의 그 계책이 뜻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萬姓의 원한이 깊이 骨髓에 들어있는데 그대들의 그 계책이 뜻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世界의 耳目이 밝게 깔리고, 촘촘하게 늘어서 있는데 그대들의 그 계책이 뜻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公論은 正氣요, 萬古不滅인데, 그대들의 그 계책이 뜻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本報의 記者가 붓을 잡고 여기에 있는데, 그대들의 그 계책이 뜻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아아! 말지어다! 그대들의 마음을 쓰는 것이 또한 간고한 일이긴 하지만, 古人이 말하기를 "거짓을 꾸미려고 마음을 쓰면 날로 졸렬해진다"라고, 했거니와 그대들은 이 말을 듣지 못했는가.
秦檜가 直言을 미워하여 野史를 금지시켰으나, 『宋史』 奸臣傳에 그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또, 魏忠賢은 奸民을 유인하여, 자기의 功德을 찬양하게 했으나, 『明史』 凶宦傳에 그 罪가 빠지지 않았다.
그러니, 아아! 말지어다! 추악한 소문이 싫거던 行淫을 말아야만 할 것이고, 도둑의 이름이 부끄럽거던 도둑질을 그만두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도 나쁜 습성은 고치지도 않고, 꾸미고 가리려는 데에만 힘을 쓴다고 하면, 淫婦가 烈女가 되고, 盜척이 伯夷가 될 것인가.
어리석다, 그대들이여! 品階는 正一品·正二品, 從一品·從二品이고, 官爵은 總大·內大·軍大·學大·法大이고, 그 재주의 됨됨을 보면 外人의 奴隸되는 것을 잘 해내겠고, 그 勸力으로 말하면 同胞의 夜叉도 능히 될 수가 있겠다.
그렇지만 그 한가지 일만은 어리석기가 참으로 심하기만 하다!
그대들이 奸夫란 이름이 부끄럽고, 賣國賊이란 비난이 수치스러우면, 이제부터라도 좋으니 어서 회개하고 魔의 新聞같은 것은 아예 그만두고서, 忠言을 채용하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 혹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列에 끼일 날도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가 못하고, 다만 끌어 덮으려고 좋지못한 짓을 가리려는 계책만으로, 그와같은 魔鬼에만 매어달린다고 하면, 한갖 無益할 뿐아니라, 더욱더 害가 되기만 할 것이다.
그런즉 설력 그대들이 여러 百億萬의 黃金의 힘이 있어서, 東쪽에 大韓新聞社를 하나 설치하고, 西쪽에 大韓新聞社를 하나 설치하고, 그 밖에 南北·遠近 各地에 각각 大韓新聞社를 하나씩 설치하여, 사람들의 耳目에 그 新聞을 모두 걸어버린다 할지라도 모든 사람들의 원한과 노기는 붓하나만으로는 결코 녹아 풀리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팔뚝을 걷어 붙인 사람은 더욱 주먹을 불끈 잡아 쥘 것이고, 이를 가는 사람은 더욱 이를 갈게 될 것이다.
그러니 罪惡 하나를 덮으려 하다가 도리어 百가지 罪惡이 더욱 드러나게만 될 것이고, 贓物 하나를 숨기려 하다가 百가지 贓物이 더욱 노출되게만 할 뿐이다. 그런즉 졸렬하기만 하다, 그대들의 계책이여!
바로 本報만 가지고 말하더라도, "內閣의 諸公들은 물러 갈지어다"라는 題目의 論說이 나간 뒤에, 재차 장황한 說話를 계속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저 大韓新聞이 아니겠는가.
아아! 말지어다! 그대들이어! 그대들은 黃金을 浪費하여, 罪惡과 비웃음과 비난만을 오직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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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部에서 日本人 百餘名을 日本으로부터 맞아다가 全國에 있는 普通學校의 機關을 주장하게 한다고, 요즘 各 新聞에 보도하고 있다.
아아! 이 說이여! 그것이 진실인가, 거짓인가? 진짜 그렇게 되는 것인가, 아닌가.
이 說이 과연 진실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韓國內의 二千萬 목구멍들이 일시에 모두 메어질 일이며, 四千萬의 눈들이 모두 어이가 없어 크게 벌려 뜨고, 목을 놓아 통곡할 일이다.
대저, 오늘 韓國에 무엇이 있는가? 나라는 있어도 國權은 없는 나라이고, 백성은 있어도 自由는 없는 백성들이다. 그렇다고 行政權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없고, 警察權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없다.
그렇다고 森林이 있다고는 하나, 내 소유가 아니고, 鐵道가 있다고는 하나 내 소유가 아니다.
그렇다고 民知를 개발할만한 大文學家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없고, 그렇다고 時局을 만회할 만한 大政治家가 있는 가 하면 그것도 없다.
이와 같이 텅텅 비어 아무 것도 없는 나라에, 앞길이 아득하기만 한 채 의지할 곳조차 없는 백성들이다. 그러한 백성들로 그러면 장차 生存競爭하는 마당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필요한 도구가 무엇이 있는 가 하면, 그것은 다른 것도 아니다.
다만 영성하니 얼마도 안되는 官公·私立의 各普通學校에 다니고 있는 擔髮한 머리가 느릿느릿한 學徒들, 그 各普通學校에 다니고 있는 學徒들이다.
이들을 잘 가르치고, 이들을 잘 지도하기만 한다면, 장래에는 이들 가운데서 혹은 乙支文德도 나오게 될 것이고, 혹은 泉蓋蘇文도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워싱톤이나, 비스마르크 등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는 人物들이 죽 늘어서야만, 獨立 회복할 餘望이 비로소 있게 될 것이다.
그런즉 지금 온 나라 人士들이 各普通學校에 대하여, 쌍수로 절하고, 一心으로 빌며, "普通學校 學徒들, 萬歲! 萬歲!" 하고들 부르고, 아무쪼록 그 머릿속에 祖國의 精神을 부어 넣어주기를 열성으로 외친다.
사실 그렇게 해야만 할 오늘인데도, 지금 뜻하지 않게도 많은 外國人들이 갑자기 이들 學校機關을 접수한다지만 않는가.
그래서 日本語·日本文, 日本의 肝·日本의 髓, 그리고 그밖에 각종 日本敎育의 情神으로 이 연약한 어린 두뇌들을 미혹시키고 취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螟령의 새끼를 파리가 줍듯이 이리 외고 저리 읊고, 이리 끌고 저리 조종하면, 설혹 이 나라에 英雄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日本의 英雄이지, 韓國의 英雄은 아니다.
志士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日本의 志士이지, 韓國의 志士는 아니고, 政治家나 學問家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日本의 政治家고, 學問家이지, 韓國의 政治家나 學問家는 아닌 것이다.
아니, 韓國의 사람들은 자기네 子弟들을 앉아서 잃는 것이 될 뿐이다.
아아! 다른 날 韓國民의 愛國心이 크게 피어나서 분발, 전진하는 날이면, 獨立自主는 趙나라의 璧玉이 다시 완전해질 것이고, 軍政法權도 合珠되는 날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런즉, 저 五條니, 七協니, 하는 것들은 모두 紙上의 空文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韓國民의 精神的 敎育의 機關을 남의 손에 넘겨주게 되는 날이면, 이것은 진짜 나라의 魂을 옛 무덤에 파묻고, 나라의 두뇌를 감옥에 채워버려 光明한 하늘의 해를 다시 보기는 기약할 수조차도 없을 것이다.
그렇건만, 아아! 이 說이여! 그것이 진실인가, 거짓인가? 진짜 그렇게 되는 것인가, 아닌가?
아아! 敎育의 主權을 쥔 學部의 官吏들이여! 그대들의 溺職으로 말미암아, 이 나라에 災難을 만들어 낸 것이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 또 이와 같은 魔業을 다시 만들어내어, 이 나라의 中興의 싹조차 영영 끊어 없애려고 한다. 아아!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대체 이 나라에 무슨 원수가 졌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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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心이 어떤가를 보고, 그 나라가 망한다 망하지 않는다하고 점칠 수 있는 것은 古今을 두고 다 같이 통용되는 이치이거니와, 壬辰의 韓·日戰史를 읽어보니, 그 점이 더욱 틀림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 당시를 한 번 생각해 보라. 政治를 말할 것 같으면, 腐敗가 더할 수 없이 심하여, 東이니, 西이니, 南이니, 또는 大北이니, 小北이니, 緩北이니, 急北이니 하는 등등의 黨論들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오직 私鬪에만 전념하고, 國事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六曹는 공연한 虛設에 불과했고, 三公은 아무 것도 하는 것 없이 앉아만 있는 尸位로, 공연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던 때이다.
軍備를 보면, 兵員의 數가 몇 千名도 되지 않았고, 將官은 겨우 人員의 수효만 갖춰 놓았다. 또 統制使나, 節度使 등을 임명하는 데도, 거기에 맞는 人材를 얻지 못했다.
人材를 얻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곤外의 職權을 모두 宮中에서 앉아서 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千里나 멀리 떨어져 있는 戰爭의 기밀을 啓聞하여 결정해야만 했고, 한 가지 일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고, 한 가지 계획도 단독으로 전개시킬 수가 없는 그런 때였다.
그러한 까닭으로 豊臣秀吉의 軍이 바다를 한 번 건너자, 車駕는 황급하게 西遷해야만 했고, 軍兵들은 일시에 瓦解되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廊堂의 諸臣들은 속수무책으로 서로 쳐다만 보면서, 눈물로 얼굴을 덮기만 했다. 그러고 이웃 나라의 軍들이 구원하러 왔다고 이름만은 그러했으나, 머물러 눌러앉아서는 觀望을 위주로 할 뿐, 나가서 싸우려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國家의 存亡이 실 한 오라기를 놓고 다툴 정도였다.
그렇건만 十八年의 兵火를 겪고도 金구가 無缺했던 것은 과연 무엇에 힘입은 때문이었을까.
다른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人心이 떠나지 않은 결과였던 것이다.
그 당시의 人心을 보라! 조용한 빈山의 가난한 儒者도 國事를 위하여 소매를 떨쳐 일어섰고, 땅을 치며 擊壤歌나 부르는 무식한 농군들도 國事를 위하여 괭이를 내던졌다.
娼妓는 한낱 賣淫이나 하는 여자들이다. 그런데도 敵將을 끌어 안고 江樓에서 떨어져 죽은 娼妓가 있는가 하면, 僧徒는 한낱 고요한 것이나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長衫을 입고 義僧軍을 모집하여, 敵兵과 죽기를 결심한 僧徒들이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流血로 槍·砲를 대신하고, 義氣로 甲胄를 대신하고, 敵愾心으로 城郭을 만들어서, 오직 나라만 알고, 몸도 집도 알지 못했다.
그런즉, 人心이 참으로 이렇기만 한 때였으니, 설령 加藤淸正의 겨드랑이에 양쪽 날개가 생겨나고, 小西行長의 머리에 세개 뿔이 돋아나서, 호랑이 같이 울부짖고, 사자같이 달려든다 하더라도, 그네들이 무슨 염려가 되고, 무슨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따라서 國家가 망하고 안망하고는 人心을 보면 안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면 人心이란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다른 것도 아니다. 곧, 나라를 사랑하고, 同胞를 사랑하는 하늘이 내려준 한 가닥 떳떳한 良心 - 바로 이것이다.
疆土가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人心이 소멸되어 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며, 權利가 깎이는 것을 겁내지 말고, 人心이 衰敗해 가는 것을 겁내야 하리라.
人心만 있으면 八域안에 百千萬의 敵營이 줄지어 있고, 沿海 各地에 百千萬의 敵艦을 대놓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 疆土, 우리 權利는 우리가 되찾아 올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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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 맹렬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나는 이 피앞에 춤을 추고, 이 피 앞에 춤을 추니, 무든 韓國의 인정이 있는 男女들아! 모두 다 이 피 앞에 춤을 추고, 춤을 출지어다!
나는 이 피 앞에 노래부르고, 이 피 앞에 哭하니 모든 韓國의 눈물이 있는 男女들아! 모두 다 이 피 앞에 노래부르고, 哭할지어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는 무슨 피인가! 나라를 사랑하는 피이고, 時局을 근심하는 피이다. 意氣가 북받쳐 오른 피이고, 熱狂한 피이다.
그런즉, 아아! 장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 아아! 맹렬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
일전에 本社에 온, 咸興의 한 行客이 눈물을 뿌리면서, 十七名 피의 學生들의 血史를 상세하게 전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北쪽 땅에 봄이 돌아오고, 正月 보름날 밤 달도 밝은데, 그 郡 풍湖里 普昌學校 學生 五十餘名이 모여, '집을 지키는 정신을 나라로 돌리자!'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새 亭子의 風景이 그들의 가슴을 슬치고, 세상 변화해 가는 큰 災難들이 그들의 恨歎을 부채질하여 저마다 목이 메어 울었더랍니다. 그리고 애통한 말로 서로 힘쓸 것을 권했더랍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十七名은 血性이 더욱 북받쳐서, '내가 우리 大韓을 반드시 회복하고야 말 것이다!'라든가, '내가 우리 三千里 山河를 반드시 찾고야 말 것이다!'라든가, '내가 우리 同胞를 반드시 救援하고야 말 것이다!'라든가, '내가 우리 四千年의 歷史를 반드시 빛내고야 말 것이다!' 라는 둥으로, 말입니다. 제 각기 자기의 佩刀를 꺼내서, 손가락을 하나씩 쳤습니다. 그리하여 거기서,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가지고, 다 같이 盟約하는 血書를 썼던 것입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아아! 장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 위대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
마음만은 비록 간절하나, 江山이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들은 여러 學生들의 얼굴도 보지 못했고, 여러 學生들의 훌륭한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용기를 가지고, 이 손가락 피를 찬미하여, "自由의 先鋒이고, 文明의 導師이고, 學界의 꽃이다!"라고, 외칠 것이다.
그런즉, 學生, 여러 분들이여! 제발제발 自愛하라!
예로부터 靑史에 명예로운 紀念碑를 세운 英雄兒들 치고, 그 누가 流血 속에서 나오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
그렇기로, 求道의 마음이 간절하여, 神光은 자기의 팔을 끊었다.
佛敎를 지키려는 保敎의 願이 커서, 異次頓은 자기의 목을 치게했다.
功名의 뜻이 열렬하여, 吳起는 자기의 팔을 끊었고, 報國의 情이 깊어, 岳飛는 자기의 등을 검게 물들였다.
그런즉, 아아! 個人의 事業이고, 國家의 事業이고를 막론하고, 그 發願을 피를 가지고 하고, 그 실행을 피를 가지고 해야만, 그 결과도 위대함을 기약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아! 장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 위대하다! 十七名 學生들의 손가락 피이여!
나는 여기서 感懷가 또 한 가지 있으니, 오늘의 世界는 피의 世界라는 것, 그 점이다. 文明도 피가 아니면 사지 못하고, 富强도 피가 아니면 이룩할 수가 없고, 부패한 社會도 피가 아니면 改革할 수가 없다.
頑迷한 民族도 피가 아니면 불러 깰 수가 없고 그리하여 한 걸음을 나아가려 해도 피가 아니면 나아갈 수가 없고, 한 가지 일을 행하려 해도 피가 아니면 행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 창자에는 血輪이 항상 돌아야만 하고, 그 눈에는 血淚가 항상 뚝뚝 떨어져야만 하고,그 몸은 血汀·血海에다 목욕하고, 그 마음은 血山·血石에다 같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피의 백성들이 되고, 나라는 피의 나라가 되어야만, 장엄한 國士가 그 속에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 韓國의 二千萬 사람들 중에, 十七個의 손가락의 피라고 하면 적다고 할지 모르나, 그러나 역시 봄 소식을 먼저 전해 주는 機微라고 해야만 하리라.
어떤 사람은 가혹하게 평하여, "그것은 狂妄된 피이고, 의미가 없는 피이다!"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말은 國民의 慘狀도 볼 줄 모르고, 世界의 大勢도 들을 줄 모르고, 피의 가치도 알지 못하는 한낱 어리석은 사람의 어리석은 말이라 해야 할 것이다.
아아! 말지어다! 이 피는 비록 적기는 하더라도, 그것은 끓어 오르는 것이고, 떨쳐 일어나 싸우는 것이고, 積極的인 것이다. 결코 悲觀的인 것이거나, 退영的인 것이거나, 消極的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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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슬프다! 韓國의 마음 있는 同胞들이여! 다른 사람들은 강한데 公들은 약하고, 다른 사람들은 용감한데 公들은 겁을 내고, 다른 사람들은 지혜로운데 公들은 이마에 주름이 지고, 다른 사람들은 편안하고 즐거운데 公들은 근심 걱정만 하며, 나라의 일, 개인의 일을 돌아보게 되면 남이 모르게 저절로 눈물을 금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즉, 이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聰明이 저희들에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저희들이나 이쪽은 같은 耳目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민첩한 지혜가 저희들에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런 것도 아니다. 저희들이나 이쪽은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人類로 이 세상에 같이 나서 저희들은 저희들 같이 되고, 이쪽은 이쪽같이 되니, 이것은 대체 어떻게 된 까닭일까? 그것은 다른 것도 아니다. 저희들은 時間의 귀중함을 알지만, 이쪽은 時間의 귀중함을 알지 못한다는 것, 바로 그것 때문인 것이다.
생각컨대, 時間이란 것은 生命의 양식이고, 進化의 근원이다.
오직 우리 上帝께서 東西·遠近·智愚·賢不肖를 가리지 않고, 이 時間을 公平無私하게 賦與해 주셨는데, 한 時間이면 六十分이고, 하루면 二十四時間이고, 百年이면 三萬六千日이 된다.
그리하여 東海以東에도 오직 이 時間, 이 날 뿐이고, 西海以西에도 오직 이 時間, 이 날 뿐이다. 英·佛·獨·美 등과 같은 나라를 위해 한 時間 더 연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波·埃·越·芬 등과 같은 나라를 위해 한 時間 감소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룻소·다윈·워싱톤·나폴레옹 등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一分을 더 보태주는 것도 아니고, 庸夫나 愚婦, 賣國奴나 亡國賊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一分을 덜거나 줄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누구든 이 동일한 時間을 가지고 동일하게 분발하고, 동일하게 활동하고 동일하게 前進만 하여 말지않는다면, 누구는 강하고 누구는 약하고, 누구는 용감하고 누구는 겁을 내게 될 것도 없다.
그렇건만 아아! 如來의 法眼에는 日月은 원래가 맑은 것인데도, 눈이 먼 소경이 제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것 뿐이다.
그렇기로 하늘이 내려준 이 公平無私한 時間을 어떤 사람들은 잘 이용하여 그 나라는 英·佛·獨·美와 같은 나라가 되었고, 그 사람들은 룻소·다윈·워싱턴·나폴레옹 등과 같은 사람들이 되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잘못 이용하여, 그 나라는 波·越·埃·芬과 같은 나라가 되었고, 그 사람들은 庸夫나 愚婦 賣國奴나 亡國賊과 같은 사람들이 되었다.
그러니 아아! 슬프다! 마음이 있는 同胞들이여! 時間의 귀중함을 깨닫는가?
韓國의 同胞들은 三千里 안에 있는 天産의 富를 베개베고, 五百年 편안한 거리에서의 깊은 잠만을 즐기다가, 競爭이 무엇인지 苦痛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다만 武陵의 봄날에 복숭아꽃이나 따들일 뿐이었다.
그러한 까닭에 집에 있으면 이부자리조차 개키기가 게을러지고, 길에 나서게 되면 지친 말이나 천천히 채찍질하여 모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글공부를 하는 士人들은 달콤한 『西廂記』한 권이나 되풀이되풀이 읽어나가고, 가을 등불 아래 한가한 書生들은 春香歌 한 首나 소리 높이 읊는다.
그리하여 그런 것이 급속하게 버릇이 되고 습성이 들어서, 伯夷의 맑은 風을 듣지 못하니, 나약한 사나이가 무엇을 가지고 自立의 뜻인들 있을 것인가.
그러한 까닭으로 오늘과 같은 경우를 만나고서도 社會에 나타나는 사람들을 볼 것 같으면 때때로 醉談·茶話로 維新事業을 이야기할 뿐 勇進·奮發할 기력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이다.
저 白人들의 言論을 보건대, "韓人들은 항상 잎담배나 피우며, 낮잠이나 즐기는 '凉'血的인 動物이다"라고들 한다.
그러니 아아! 슬프다! 韓人들이여! 이 차가운 조롱을 스스로 달게 여기며 痛罵를 부끄러워 여기지 않는단 말인가?
부지런히 떨쳐 일어나서, 이런 말을 모두 씻어 없애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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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國政府에서 日本政府의 請求에 의하여, 本社 前社長 兼 所有主 裵說氏에 대한 訴訟이 있었는데, 그것에 관하여, 日本에서 발간되는 各種 日人들 新聞에 게재된 것을 읽어 보면, 재미도 있으려니와, 驚愕을 금치 못할 점도 없지가 않다.
그중에서도 특히 『日本』이라 하는 新聞에는, 장황한 論說을 써서, "韓國은 韓人의 무식함을 이용하여, 國際上의 政略을 간섭하고 나서는 某外國人 등의 일종의 사냥터와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때문에 日本에 대하여 多大한 방해와 곤란을 낳게 한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또 "上海에 있는 外國人 하나가 지난번에 日本의 名譽를 손상시키는 事件을 폭로했다…"라고 했고, 또 海牙에 갔던 韓國의 代表와 협력했다고 하는 訖涉氏의 일도 論하여 "該事件으로 인하여, 韓國의 太皇帝陛下가 禪位되었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또 "大韓每日申報를 발행하고 있는 裵說氏는 韓國內의 日本行政을 황당한 說로 강경하게 비평하여, 世界에 刊行, 전파시키는 일에 종사했다"하고 말했다.
이런즉, 이상 말한 것이 물론 거짓된 허황한 說에 지나지 않으나, 本報가 韓國內에서의 日本의 行政을 비평했다하는 것만은 과연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日本의 行政이 좋지 못한 때문에 비평한 것이지, 만약 日本의 行政이 잘만 했다면, 의당 찬양했을 것이다.
잘못한 것은 다름아닌 日本이다. 따라서 그 日本의 잘못한 점을 명백하게 밝힌 것 뿐인데, 그것을 本報가 韓國內에서의 日本의 行政을 비평하여, 世界에 刊行, 전파했다고 하는 說은 틀림없이 거짓된 말이다.
日本政府의 아무런 支給도 받지않고, 그들의 恩寵이나 그들의 保護도 원하지 아니하는 韓人들 중의 上等人들과 韓國에 있는 外國人들은 모두 어떤 누구를 막론하고 日本이 韓國에서 어떻게 행동을 했는고 하고 묻게 되면 서슴없이 머리를 좌우로 내저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내 한숨을 짓고, "日本이 韓人들을 가까이 하려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은 한 마디로 나쁘게 해왔을뿐이오!"하고 대답하리라.
그런즉, 大韓每日申報는 騷動이나 반란을 주장한 것이 아니고, 이 나라 同胞兄弟와 姉妹들에 대하여 正直하고, 어질고 착한 것만을 원해 왔을 뿐이다.
따라서 만약 日本이 韓國의 主權을 쥐고 있다고 할진대는, 어질고 착하고 관대하고 후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大韓의 백성들이 無智한 것 같으면, 지혜가 발달하도록 친밀히 도와 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韓人 하나가 좋지 못한 일을 하고, 日人 하나가 또 똑같이 좋지 못한 일을 했다고 했을때, 統監府로 하여금 그 두 사람을 다 같이 똑같은 刑罰로 다스리도록 해야만 옳을 것이고, 韓人은 重罰을 당하는데, 日人은 전혀 罰을 받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은 절대로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일에 公平한 것이 없고, 다만 壓制로만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령 英國은 어떤가 하면, 印度나 緬甸, 또는 南아프리카나 中央아프리카, 그밖의 各處의 백성들에게도 잔인한 짓이나, 不義로운 일을 행하지 않고, 어질고 착하고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친밀하게 우의를 맺어, 英國 本土 백성들을 대우하는 것과 추호도 다를 것이 없다.
그렇기로 우리가 한 번 묻고 싶은 것은, 日本도 이와같이 하고 있는가, 아니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日本의 大臣들이 公言하기를, 日本은 韓國 백성들을 어떻게 발달시키고, 어떻게 敎育시키는가, 그 점에 힘을 다하고 있다고들 한다. 그런 言論들을 들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은 그렇지가 않다. 다만 村落이 불에 타 없어진 것과 田畓이 황폐된 것과 死亡한 자가 수가 없는 것, 그러한 것들 뿐이다.
잔인한 행위와 壓制의 行動으로 승리를 거두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오직 정직하고, 어질고 착하고, 관대하고 후하고, 그리하여 백성들을 自由롭게 해주어야만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승리를 거들 수 있는 道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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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雄은 누가 만드는가? 時代인가, 地勢인가? 아니면 學校인가, 書籍인가? 英雄을 만들어내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아아! 말지어다! 英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말하면 비록 허다한 가지가지의 原因이 있겠다 하겠으나, 나는 바로 英雄이란 것은 그 나라 民族들이 숭배하는 마음 속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우둔하고 완고한 儒者들이라 할지라도, 越南史나 埃及史를 보게 되면, "아아! 답답도 하다! 이 나라들이여! 이 나라들은 英雄도 없는 나라들이 아닌가?"라고 말하게될 것이다.
그리고 英國史나 美國史를 보게 되면, "아아! 번성하다! 이 나라들이여! 이 나라들은 英雄도 많은 나라들이 아닌가?"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하여 國家가 무엇 때문에 망하느냐 하면, 英雄이 없는 때문이라 할 것이고, 國家가 무엇 때문에 흥하느냐 하면, 英雄이 많은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한 걸음 더 나아가, "저 나라는 英雄이 많고, 이 나라는 英雄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英雄이 많고, 어떻게 하면 英雄이 없느냐?"하고 묻게 되면, 그것은 다만 아득한 하늘의 운수라고 迷信할 뿐이니, 아아! 진짜 그런 것일까? 아니, 어째서 그럴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저 英雄이 많은 나라들을 보라. 한 學科에 뛰어난 총명한 靑年이 있고, 한 技術에 정통한 秀才만 있다 해도, 모든 社會가 이들을 열성으로 숭배하여, 이들을 찬미하고, 이들을 채찍질하여, 英雄이 되는 大路에 오르도록 해주고, 英雄이 되는 門戶에 들어가게 해준다.
뿐만아니라, 英雄이 鬚眉가 한 가닥이라도 불려서 흔들리게 되면 千百의 畵家들이 모여들어 그것을 본받아 그리고, 英雄의 침과 기침 한 번만 소리나서 떨어져도, 千億의 史家가 모여와 그것을 수습하고 나선다.
그런가 하면, 英雄의 어깨에는 頌祝의 꽃다운 말들이 어지럽게 피어나고, 英雄이 죽은 뒤에는 銅像이 높이 우뚝 솟아, 그 民族의 英雄에 대한 信仰心이 神明과 같고 聖師와 같기만 할 뿐이다.
그런즉, 아아! 이 英雄을 숭배하는 마음이야 말로, 바로 英雄을 길러내는 機械라 할 것이다.
이 機械로 英雄의 두뇌를 흔들어 울리고, 英雄의 씨를 뿌려서 전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英雄이 많이 나는 原因이 어찌 여기에 있다 아니하겠는가.
그런데 劣等한 民族은 이와는 상반되게 언제나 白眼으로 英雄을 보고, 狂舌로 英雄을 조롱한다. 냉정한 태도로 英雄을 접하고 猜忌하는 마음으로 英雄을 반대한다.
그리하여 英雄이 눈물을 흘리면 그 곁에서 비웃고, 英雄이 피를 뿌리면 그 등뒤에서 숨어서 욕한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英雄이 행여 생겨나기라도 할까 보아 겁을 먹을 뿐이다.
그러니 이런 속에서 어떻게 英雄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워싱턴이나 나폴레옹같은 雄才라 하더라도, 나라안에 숭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면, 그들이 워싱턴이나 나폴레옹같은 인물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로 한 나라의 國民된 사람들은 시기나 질투하는 惡習을 집어치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 高尙하고 純潔한 公德心을 배양하여, 祖國의 英雄을 숭배하면, 英雄은 자연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島山 安昌浩氏가 일찌기 어느 會에서 연설하면서, "여러분은 우리나라에 英雄이 없다고 하지 말지어다. 이웃 집의 兄은 다섯 살을 더 먹고, 우리 집의 兄은 다섯 살을 덜 먹었다 하여, 그 때문에 우리 집의 兄을 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옳단 말이겠는가? 다른 나라의 英雄은 能力이 한 가지 더 있고, 우리 나라의 英雄은 能力이 한 가지 덜 있다 하여, 그 때문에 우리나라의 英雄을 英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옳단 말이겠는가? 우리들은 오직 오늘의 英雄을 숭배하고, 補助해야만 하는 것이고, 英雄이 없다고 悲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 말이야말로 現今의 志士들이 되풀이하여 일심으로 받들어 지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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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도 하나 있고 오른편에도 하나 있어서 가로 놓이고 세로 선 것을 나의 '이목'이라고 하고, 위에도 둘이 있고 아래도 둘이 있어서 앞으로 드리운 것을 나의 '수족'이라하며, 벼룩이나 이만 물어도 가려움을 견대지 못하는 것을 나의 '피부'라 하며, 회충만 동하여도 아픔을 참지 못하는 것을 나의 '장부'라 하며, 8만 4천의 검은 뿌리를 나의 '모발'이라 하며, 1분 동안에 몇 번식 호흡하는 것을 나의 '성식'이라 하며, 총총한 들 가운데 무덤에 까마귀와 까치가 파먹을 것을 '해골'이라 하며, 개미와 파리가 빨아먹을 것을 나의 '혈육'이라 하여, 이 이목과 수족과 피부와 장부와 모발과 성식과 해골과 혈육을 합하여 나의 '신체'라 하고, 이 신체를 가리켜 '나'라 하나니, 오호라. 내가 과연 이같이 희미하며 이같이 작은가. 이 같을진대 한편에 있는 내가 열 곳에 널리 나타남을 얻지 못할 것이요, 일시에 잠깐 있는 내가 만고에 길게 있음을 얻지 못할지니, 오호라. 내가 과연 이같이 희미하며 이같이 작은가.
이 같을진대 바람과 같이 빠르고 번개같이 번복하며 물거품같이 꺼지고 부싯돌같이 없어지는 내가 몇십 년을 겨우 지내고, 형용과 그림자가 함께 없어질지니, 오호라. 내가 과연 이같이 희미하고 이같이 작은가. 과연 이 같을진대 나는 부득불 나를 위하여 슬퍼하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미칠 만도 하며, 이를 갈고 통곡을 할 만도 하고, 나를 창조하신 상제를 원망할 만도 하도다.
오호라. 내가 과연 이러한가. 가로되 그렇지 않다. 저것은 정신의 내가 아니요 물질의 나이며, 저것은 영혼의 내가 아니라 껍질의 나이며, 저것은 참 내가 이니요 거짓 나이며, 큰 내가 아니요 작은 나이니, 만일 물질과 껍질로 된 거짓 나와 작은 나를 나라 하면 이는 반드시 죽는 나라. 한 해에 죽지 아니하면 10년에 죽을 것이며, 10년에 죽지 아니하면 20세 3,40세 6,70세에는 필경 죽을 것이요, 장수를 하여도 100세에 지나지 못하나니, 오호라. 이 지구의 있을 2천2백만 년 동안에 나의 생명을 100세로 한정하여 백세 이전에 나를 구하여도 없고 100세 이후에 나를 구하여도 없거늘, 그 중에서 가로되 부귀라, 빈천이라, 공명이라, 화액이라 하여 이것을 길하다 하고 저것을 흉하다 하며, 이것을 낙이라 하고 저것을 근심이라 하나니, 오호라. 이를 말하매 나는 가히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할 만하다 할지나, 이제 이 물질과 껍질로 된 거짓 나와 작은 나를 뛰어 나서 정신과 영혼으로 된 참 나와 큰 나를 쾌히 깨달을진대, 일체 만물 중에 죽지 아니하는 자는 오직 나라.
천지와 일월은 죽어도 나는 죽지 아니하며, 초목과 금석은 죽어도 나는 죽지 아니하고, 깊은 바다와 끓는 기름가마에 던질지라도 작은 나는 죽으나 큰 나는 죽지 아니하며, 예리한 칼과 날랜 탄환을 맞으면 작은 나는 죽을지언정 큰 나는 죽지 아니하며, 독한 질병과 몹쓸 병에 걸리더라도 작은 나는 죽으나 큰 나는 죽지 아니하며, 천상천하에 오직 내가 홀로 있으며 천변만겁에 오직 내가 없어지지 아니하나니, 신성하다 나여, 영원하다 나여. 내가 나를 위하여 즐겨하며 노래하며 찬양함이 가하도다.
작은 나는 죽는데 큰 나는 어찌하여 죽지 아니하느냐.
가로되 작은 나를 의논할진대 이목과 수족이 곧 나라. 보고 들으매 벽으로 막힌 데를 능히 통하지 못하며, 뒤어도 한 길 되는 담을 넘지 못하고 현미경을 대고 보아도 몇억만의 희미한 티끌을 다 보지 못하며, 화륜차를 타고 행하여도 한날에 천리를 더 가지 못하거니와, 큰 나는 곧 정신이며 사상이며 목적이며 의리가 이것이다. 이는 무한한 자유자재한 나이니, 가고자 하매 반드시 가서 멀고 가까운 것이 없으며, 행코자 하매 반드시 달하여 성패가 없는 것이 곧 나라. 비행선을 타지 아니하여도 능히 공중으로 다니며, 빙표(여행허가증)가 없어도 외국을 능히 가며, 사기(史記)가 없어도 천만세 이전 이후에 없는 대가 없나니, 누가 능히 나를 막으며 누가 능히 나를 항거하리요.
내가 국가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면 눈물을 흘리는 나의 눈만 내가 아니라, 천하에 유심한 눈물을 뿌리는 자가 모두 이 나이며, 내가 사회를 위하여 피를 토하면 피를 토하는 나의 창자만 내가 아니라 천하에 값있는 피를 흘리는 자가 모두 이 나이며, 내가 뼈에 사무치는 극통지원의 원수가 있으면 천하에 칼을 들고 일어나는 자가 모두 이 나이며, 내가 마음에 새겨 잊지 못할 부그러움이 있으면 천하에 총을 메고 모이는 자가 모두 이 나이며, 내가 싸움의 공을 사랑하면 천백 년 전에 나라를 열고 땅을 개척하던 성제 명왕과 현상 양장이 모두 이 나이며, 내가 문학을 기뻐하면 천만리 밖에 문장명필과 박학거유가 모두 이 나이며, 내가 봄빛을 좋아하면 수풀 가운데 꽃 사이에 노래하고 춤추는 봉접이 모두 이 나이며, 내가 강호에 놀기를 즐거하면 물속에 왕래하는 어별과 물가에 조는 백구가 모두 이 나이라.
한량없이 넓은 세계 안에 한량없는 내가 있어서 동에도 내가 있고 서에도 내가 나타나며, 위에도 내가 있고 아래도 내가 나타나서 내가 바야흐로 죽으매 또 내가 나며, 내가 바야흐로 울며 도 나는 노래하여 나고 죽으며, 죽고 나며, 울고 웃으며, 웃고 우는 것이 대개 나의 참면목이 본래 이 같은지라.
슬프다. 온 세상이 어찌하여 자기의 참면목을 알지 못하고 혹 입과 배를 나라 하여 진진한 고량으로 이것만 채우고자 하며, 혹 피육을 나라하여 찬란한 의복으로 이것만 따듯이 하고자 하며, 혹 생명이 나라 하고 혹 문호를 나라 하여, 부그럽고 욕이 오든지 자유치 못함을 당하든지 이것만 보전하고 이것만 유지코자 하다가 조상에게는 패류의 자손이 되고 국가의 죄인도 되며 동포의 좀과 도적도 되고 인류의 마귀도 되나니, 오호라, 자기의 참면목이 나타나는 날이면 어찌 서러워 울고 이를 갈지 아니하리요.
울지어다 울지어다. 내가 이 한 붓을 들고 천당의 문을 열고 분분히 길을 잃은 자들을 부르노니, 울지어다 울지어다. 나의 이르는 바 천당은 종교가의 미혹하는 별세계의 천당이 아니라, 나의 참면목을 나타내는 것을 깨닫는 것이 곧 이것이라.
이 참면목만 나타내는 날이면 저 구구한 일개 신체는 모이어 연기가 되어도 가하고 흩어져서 구름이 되어도 가하며, 피어서 꽃이 되어도 가하고 맺어서 열매가 되어도 가하며, 단련하여 황금이 되어도 가하고 부수어서 모래가 되어도 가하며, 물에 잠겨서 어별이 되어도 가하며 산과 들에 행하여 호표 세상이 되어도 가하고, 하늘에 오름도 가하며 땅으로 들어감도 가하고, 불에 던짐도 가하며 물에 빠짐도 가하니, 성인의 말씀에 가함도 없고 불가함도 없다 하심이 곧 이를 이르심이거늘, 애석하다. 저 어리석은 사람들이며, 그 눈을 감으면 이르되 내가 죽었다 하며, 그 다리만 넘어지면 이르되 죽었다 하고, 반드시 죽는 나를 잠깐 살기 위하여 영원히 죽지 아니하는 나를 욕되게 하며, 반드시 죽는 나를 영화롭게 하기 위하여 죽지 아니하는 나를 괴롭게 하고, 반드시 죽는 나를 편안히 하기 위하여 죽지 아니하는 나를 타락케 하니 어찌 그리 어리석으냐.
내가 인간에 유람한 지 20여년에 이 세상 사람을 보건대, 그 누가, 이 반드시 죽는 나를 위하여 구구한 자가 아니리요. 이 사람들이 필경에는 죽는데, 혹 주리다가 죽기도 하고, 혹 배부르다가 죽기도 하고, 혹 근심하다가 죽기도 하고, 혹 즐기다가 죽기도 하고, 혹 초췌하여 죽기도 하고, 혹 발광하여 죽기도 하고, 혹 신음하다가 죽기도 하고, 혹 낭패하여 죽기도 하는도다. 어찌 다만 나의 눈앞에 사람만 이같이 죽으리요. 혹 나의 이전 사람도 이같이 죽었으며, 장래의 사람도 장차 이같이 죽으리니, 슬프다. 이 지구상 인류의 대략 총계 십오억만 명 중에, 세계에 뛰어난 영웅이나 천명을 아는 성인이나, 단장한 미인이나 재주 있는 선비나, 황금이 산 같은 부자나, 세력이 흔천동지하는 귀인이라도 세상에 나던 날, 이미 하늘이 정한 한 번 죽는 것이야 어찌하리요, 그런즉 반드시 죽는 나를 생각지 말고 죽지 아니하는 나를 볼지어다.
반드시 죽는 나를 보면 마침내 반드시 죽을 것이요, 죽지 아니하는 나를 보면 반드시 길이 죽지 않으리라.
비록 그러나 나의 이 의논이 어찌 철학의 공상을 의지하여 세상을 피하는 뜻을 고동함이리요. 다만 우리 중생을 불러서 본래 면목을 깨달으며, 살고 죽는데 관계를 살피고 쾌활한 세계에 앞으로 나아가다가 저 작은 내가 칼에 죽거든 이 큰 나는 그 곁에서 조상하며, 작은 내가 탄환에 맞아 죽거든 큰 나는 그 앞에서 하례하여 나와 영원히 있음을 축하기 위함이로다. -
중(重)하도다 국민의 혼이여, 강(强)하도다 국민의 혼이여.
기국(其國)의 인민이 수간두옥(數間斗屋)을 보(保)치 못하며 수경박전(數頃薄田)을 보(保)치 못하되 국민의 혼만 보하면 기국의 광(光)을 가히 불민(不泯)하며, 기국의 인민이 신정신을 진(進)치 못하며 신물질을 제(製)치 못하되 국민의 혼만 보하면 기국의 위(威)를 가히 불타(不墮)하나니 국민의 혼이 어찌 중치 아니하며, 천병만마가 기국의 산하는 가히 축답(蹴踏)하되 기국민의 혼은 감히 동요치 못하며, 웅린호족(雄隣豪族)이 기국의 인민은 가히 겸전(겸전)하되 기국민의 혼은 감히 오손(汚損)치 못하나니 국민의 혼이 어찌 강치 아니하리오.
외계의 자격(刺激)이 우극(尤劇)할수록 기국민 뇌자중(腦子中)에 혼이 우견인(尤堅忍)하며 혼이 우활동(尤活動)하며 혼이 우활동하여 기세(其勢)가 거학(巨壑)의 전석(轉石)같이 불달(不達)이면 불지(不止)하나니, 고로 외계의 자격은 기혼의 발휘를 최(催)하는 물(物)이라.
기혼이 기(旣)히 발휘되매 어시호(於是乎) 혹 기국민의 구(口)에 현(現)하며 혹 기국민의 필(筆)에 현(現)하며 혹 이론에 현하며 혹 사실에 현하여, 금일에 일현(一現)하고 명일에 우(又) 일현하며, 명일에 일현하고 래(來) 명일에 우일현하여 기(其) 결과가 필경 기혼이 대휘혁(大輝爀)하며 대비약(大飛躍)하여 기 국민으로 하여금 금(金)의 궁옥(宮玉)의 당(堂)으로 기혼을 봉(奉)케하며 단(壇)의 고심(鼓心)의 향(香)으로 기혼을 위무(慰撫)하나니, 고로 기국에 호걸이 생(生)함을 망(望)치 아니하며 교육이 성함을 망치 아니하며 실업이 흥함을 망치 아니하고 오직 차(此) 국민의 혼이 불멸함을 망하며 고로 기국에 학술이 개(開)함을 애(愛)치 아니하며 기예가 진(進)함을 애치 아니하며 법률이 비(備)함을 애치 아니하며 정치가 서(敍)함을 애치 아니하고 오직 차 국민의 혼이 건전(健全)함을 애하며, 고로 기국의 토지가 광(廣)함을 과(誇)치 아니하며 인민이 중(衆)함을 과치 아니하며 재정이 부(富)함을 과치 아니하며 군마가 장(壯)함을 과치 아니하며 포대(砲臺)가 험(險)함을 과치 아니하며 병함(兵艦)이 웅(雄)함을 과치 아니하고 오직 차 국민의 혼이 강함을 과할바이니라.
오호라. 여사(如斯)히 국민의 혼이 유(有)하면 기국민이 가히 쌍수로 복리를 만회(挽回)하여 기 국가로 하여금 낙토를 작(作)하며 기 민족으로 하여금 복음을 가(歌)할지니, 국민의 혼이 어찌 중치 아니하며 어찌 강치 아니하리오. -
풍운이 기(起)하는 듯, 홍수가 구하는 듯, 뇌진(雷震)이 명(鳴)하는 듯, 조(潮)가 타(打)하는 듯, 화(火)가 분(焚)하는 듯, 이십세기 제국주의여.(영토와 국권을 확장하는 주의)
신성한 문라주의(文羅主義)(아가 타인을 간섭치 아니하고 타인도 아를 간섭치 못하는 주의)가 백기를 일수(壹竪)한 후로, 동서육주에 소위 육대강국이니 팔대강국이니 하는 열강이 모두 만강혈성(滿腔血誠)으로 차(此) 제국주의를 숭배하며, 모두 분투쟁선(奮鬪爭先) 하여 차 제국주의에게 굴복하여 세계무대가 일제국주의적 활극장을 성(成)하였도다.
연즉 차 제국주의로 저항하는 방법은 하(何)인가. 일(日) 민족주의(타민족의 간섭을 불수하는 주의)를 분휘(奮揮)함이 시(是)이니라.
차 민족주의는 실로 민족보전의 불이적(不二的) 법문(法門)이라. 차 민족주의가 강건하면 나파륜(拿破崙)같은 대영웅으로도 로도잔도(露都殘도)에 궁귀(窮鬼)를 작(作)하고, 민족주의가 박약하면 아날비(亞剌飛)같은 대걸남(大傑男)으로도 석란고도(錫蘭孤島)에 이서(離黍)를 곡(哭)하였나니, 오호라 민족을 보전코자 하는 자가 차 민족주의를 사(捨)하고 하(何)를 당취(當取)하리오. 시고(是故)로 민족주의가 팽창적 웅장적 견인적(堅忍的)의 광휘를 양(揚)하면, 여하한 극렬적 죄악적의 제국주의라도 감히 참입(參入)치 못하나니, 요컨대 제국주의는 민족주의가 박약한 국에만 참입하나니라.
금(錦) 같고 화(花) 같은 한반도가 금일에 지하여 암흑연(암黑然) 피미연(披靡然)히 마굴(魔窟)에 추(墜)함은 하고(何故)요. 즉 한인의 민족주의가 강건치 못한 소이니, 유(惟) 망(望)컨대 한국동포는 민족주의를 대분발하여 '아족(我族)의 국(國)은 아족이 주장한다'하는 일구(一句)로 호신부(護身符)를 작(作)하여 민족을 보전할지어다.
대한매일신보, 1909년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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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사
- 여론을 제조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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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本報 創刊의 第一日이라 簡單히 本報 出現의 因緣을 들어 海內外 讀者 同胞에게 告하노라. 近世 何國의 革命을 無論하고 반드시 그 思想을 鼓吹한 言論文字의 先導가 잇섯다하지마는 我國은 新聞 雜誌라는 일홈도 알자 마자 異族 專制의 서리를 마자 全國 三千里안에 朝鮮글로 刊行하는 新聞이 倭總督府의 機關紙인 每日新報 以外에는 그림자도 업시 沒數히 禁止된터이니 엇지 言論界의 發達할 時間이 잇섯스서리오 然즉 今番 獨立運動은 內로 歷史의 跋靈을 仗하며 外로 世界의 思潮에 應하야 純潔한 民族의 自覺에서 突發된 事件이오 무삼 鼓吹나 輔導를 憑藉한 것은 아니니 我族의 獨立의 勇과 覺悟의 敏은 이에서 더욱 자랑할 만 하도다. 獨立宣言 以後에는 모던 벙어리가 입을 열어 漢城一隅에만 하여도 그 嚴密한 警察의 網을 헤치고 前後 發行된 新聞이 五十餘種이라하며 海外 各地에도 韓人留在한 區域이면 반드시 一二個의 出版物이 잇서 그 體樣의 精祖와 記事의 詳略이야 如何하던지 그 滅仇復國의 絶叫는 모다 一般이니 已往에 비록 墳室이나 石窟에서 秘史를 發行하야 革命을 豫言하지 못하엿으나 目下 同業界의 一員이 되야 獨立을 叫하며 仇敵을 꾸지즈며 內外事情을 報道하야 一字分이나마 다만 事業의 補助가 될가하는 願力을 가지고 本報가 出現하엿노라.
世界의 記錄은 거이 戰爭의 記錄이라 그 戰爭은 또 兩種으로 分할수 잇나니 (甲)은 民族戰爭이오 (乙)은 階級戰爭이라. 民族戰爭은 東西政治史에 充滿한 戰爭이 거이 이에 屬한자이니 더 說明할 것 업거니와 階級戰爭은 뭇 西洋上古로부터 貴族, 僧侶, 武士, 農民 等 各階級이 對峙하다가 時代를 딸아 漸次沙汰되고 近世에 와서 貴族平民의 戰爭이 되며 最近에 와서 勞동資本間階級의 戰爭이 된바라. 今番 世界 大戰이 終結되자 民族戰爭은 이미 一段落을 告하엿다함도 可하거니와 露國勞동政府가 建設되야 全世界勞동者의 神經을 刺激하며 막쓰의 學說이 各國에 風靡하야 階級의 戰爭은 그 終極할 바를 모르겟도다. 이와갓한 玄黃眩亂한 時代를 當하야 우리는 어느길노 向할가. 科學과 工藝의 進步된 結果로 一機械가 百千職工의 職務를 代行함에 勞동者는 糊口의 벌이가 難하고 經濟의 組織이 變遷하야 聯合會社가 增加함에 小資本家는 立足할 餘地도 업도다. 宇宙의 不平이 이에서 더한 것이 어대 이스리오. 故로 우리도 未來의 理想世界은 貧富平均을 主張하노라. 그러나 二千年의 血讐가 우리의 手足을 束하고 屠殺을 施하는터이니 奚暇에 他의 論題를 말하랴 寤寐硏究할 바가 오즉 仇敵을 却하고 民族을 保全할 問題뿐이로다. 殘暴無道한 倭國에 忽然히 曙光이 삐처 社會黨이나 共和黨이 일어 朝鮮民族과 握手하야 그 軍閥階級을 打破하고 共히 生存하기를 바라는 癡人도 잇지마는 그러나 天地의 位置는 막귐지라도 이는 實現될 수 업는 事件이니 이 生覺이 날 때에 한갓 排日心만 滅小할 뿐이며 또 그리된다 하더라도 木石이 안인다음에야 엇지 數千年 以前 先祖부터 生生世世로 結하야 오던 密구와 共히 生活을 도모하리오. 吾人이 비록 千變萬化의 世界에 處하엿스나 긍常强固한 民族主義를 가져 「太平洋은 陸地가 될지라도 우리가 日本은 잇지마자 三千萬의 骸骨을 太白山갓치 싸흘지라도 日本과 싸호자」는 精神을 가지고 本報가 出現되엇노라.
獨立을 旣히 宣言하엿스나 一薄紙의 能力이 倭總督府를 廢하고 大韓江山을 再建하지 못한 것은 또한 事實이라. 이에 따라 濟濟多才가 각기 意見을 吐하야 前途를 꾀할세 或은 가로대 「日本의 反省을 要求하자」 하나 日本이 反省한 結果는 무엇이될가 아모리 하여도 自治나 參政權을 줌에 그칠지니 이는 李完用 宋秉晙 等이 獨立運動을 緩和하랴고 做出한 自治論의 奸策을 成逐케하는 愚論이 될 뿐이라. 우리가 擧論할 것도 업고 或은 가로대 「外交에 依賴하자」 하나 過去 써비아, 온트니그르와 近日 별난드, 폴난드 等의 外交關係로 獨立한 實例가 업지안하지마는 그러나 이는 時局의 大勢나 列國의 利害關係에 依하야된 일이오 申包胥의 七日痛哭으로 어던바가 안이라. 吾人의 主張을 들어 世界에 表日하는 境遇에 긍常 「吾民이 獨立할만한 素質이 잇고 吾國이 獨立할 만한 地位에 잇다하면 大韓獨立史가 出現할날이 잇스리라」는 信心을 가지고 進行할 뿐이니 만일 東洋舊來卑辭厚禮의 外交式을 襲用하다가는 敵國一部의 殖民으로 自處하고 獨立以下 第二의 條件을 夢想하게 될지니 그러무로 外交에 專賴함은 우리의 取할바 아니리라. 그러면 우리는 무삼 方法을 取할가 尺土의 所有가 업슨즉 越王句踐의 十年生聚도 꿈이될 뿐이며 一旅編制의 실력이 업슨즉 夫餘福信의 背城一戰도 분말이라 다만 大義로써 同胞를 奮勵하야 「第一獨立을 못하거던 차라리 死하리라는 決心을 革固케하며 第二敵에 對한 破壤의 反面이 곳 獨立建設의 터이라」는 理解를 명확케하야 이상의 국가보다 先히 理想의 獨立軍을 製造할 主義를 가지고 本報가 出現하엿노라.
本報의 出現할 因緣이 이러할 뿐이로다. 칼이 되야 獨立軍의 뒤를 따라 仇敵을 掃滅치 못하고 붓이되야 다만 理想으로 紙上에 그리게됨을 우노라.
그러나 國民流血의 代價를 훔치요 內外新聞에 姓名廣告의 材料를 삼으며 破壤建設의 次序를 顚倒하야 國民의 心理를 弱하게 하며 外國人의 一呱一笑로 五千年 古國運命의 吉凶을 삼아 意志가 넘우 薄弱하며 個人이나 小團體의 方面이 國事보다 더 重大하다하면 本報의 出現이 暗夜의 明星이 안인가하노라.신대한, 1919년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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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국가의 성쇠존망은 여론의 양부(良否)에 계(係)한 바라. 칼도 안이며 총도 안이며 아모 강제의 위력도 업시 오즉 국민의 추향(趨向)을 표시할 뿐이지마는 그 무형한 세력이 도리어 칼이나 총이나 다른 위력의 이상인 ?위력을 가진 자는 여론이라 그럼으로 여론이 양(良)하고서 망하는 국가가 업고 여론이 불량하고서 흥하는 국가가 업나니 하고(何故)오 대개 국가의 정치가 여론에 의하야 진행하는 고라.
전제시대에는 속론은 잇스나 여론은 업섯도다. 엇지 여론이 업섯스리오마는 그 여론이 매양 군주나 대신의 의지대로 됨으로 만일 양군현신이 잇서 언로를 개하며 가모(嘉模)를 납(納)하면 일시의 여론이 곳 활기를 대하야 시비에 명(明)하며 판단이 정하야 국정과 민습을 정궤(正軌)에 납하거니와 이와 상반되게 폭군이나 간신이 재상(在上)하면 일반유속이 그 세력에 초부(超附)하야 흑백을 변환하며 사정을 전도하는 여론이 되는도다. 그런즉 전제시대에 속론만 잇고 여론이 업다하여도 가하도다.
그러나 전제시대에도 매양 불패독립의 인사가 잇서 세력에 아부치 안하며 유속에 혼화치안코 산림강학의 신으로 그 강개불평(慷慨不平)의 동지를 규합하여 국정의 득실을 항론하며 유속의 시비를 교정하야 중류의 저계(低桂)가 되나니 기인은 일은 바 청류요 기 논의는 일은 바 청의라 청의의 성쇠에서 기국의 흥망을 복함은 고석 전제정치사상 일반공통의 원리라.
현금은 언론자유로 여론이 잇슬만한 시대이나 내지에선는 적인의 챗직 미테잇서 속론이니 여론이니 청의이니 할것업는 아국(啞國)이 된지가 십년이라 거년 삼월이후 독립의 선언과 만세의 규호가 비록 천하를 진동하엿스나 이는 또한 민기를 표시한 시간적의 진전이나 만일 행사의 시비를 논난하며 진퇴의 완급을 지시하야 다물대업에 추순(趨循)할 정궤가 잇도록할 여론은 해외 각지 동포에게 잇다하겟도다.
해외 대한인 거류지로 비교적 언론의 자유 잇는 구역은 서북간도 연해주 급(及) 미령포아잡올터인데 최근에 와서는 상해가 홀연이 일지를 굴하게 되엇도다. 이상 각구역의 동포가 수백만에 근하려니 또한 일소국의 인구와 필적된즉 비록 유이표백한 인민이지마는 일반사회가 솔순(率循)할 여론잇슬만한 대 이제 무삼 사건을 당하던지 그 구역을 딸아 의론이 부동하야 서간도는 갑을 주하면 북간도는 을을 주(主)하며 연해주나 미령은 또 병정을 주하며 지리멸열함을 미면(未免)하니 엇지 가석하지안하뇨?
그 원유를 말하자면 자래아국 사회의 교육이 개인의 각성에 치중치 안닌 지도자의 복종으로 미덕을 삼음으로 일학교가 창건되면 그 교내의 학생들은 곳 모선생의 신복이며 일단체가 조직되면 그 단중의 인원들은 곳 모신사의 종졸이며 심지어 속쇄석판쇄(速刷石版刷)의 신문 일장이난다 하여도 시사의 보도나 民智의 啓發을 目的함 보다 一二 自然人의 勢力을 擴張식힐 責任이 더만하엿슴으로 그 결과가 엇던 문제에던지 각 지방 동포의 논조가 매양 해지방 유력자의 마수(馬首)를 딸아 좌우함으로 각지에 공통한 일대공공의 여론을 볼 수 업슴이며 혹 일지방에 양기이(兩岐異)의 언론이 잇슴은 또한 당지에 병치한 유력자가 잇는 까닭이오 문제에 대한 이해의 표준에서 나오는 자는 도리어 적음이라.
금일은 여론의 제조가 무엇 보다 더 급하니 교육을 진흥하여 습관을 돌변한다하면 금일 절박한 시기에 도리어 식송망정(植松望亭)의 우논이된 뿐이니 급속한 방침으로 위선 각지의 신문들이나 유속에 추부(趨附)치 안는 독립적 논조를 가지며 일반 청년들이 개인에 대한 의앙보다 자각을 중하며 특립을 애하야 매양 일 문제를 맛나건던 정숙한 두뇌로써 그 이해를 판단하야 공중의 표율이 되면 장래에 혹 인심강약의 차이에 의하야 완진 급진의 양대 사조는 갈너질지언졍 금일과 가티 호도혼돈(糊塗混沌)하야 기개인이 좌우하거나 각지방이 무의식적 병치한 상태는 업슬줄 아노라.신대한 제 17호 논설 1920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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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동포에게 바라는 바
- 국수주의와 해외동포
- 동포사이의 사랑
- 일인의 간사한 수단
-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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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여덟자나 되며 허리는 열아람이나되며 눈은 뎐긔등갓치 밝으며 팔은 뎐션때갓치 굵을지라도 이외에 불가불 또 한가지가 더잇여야 사업을 일우리니 한가지는 무엇이뇨 터럭갓치가는 마음이니라
뛰면 열길을 소스며 들면 쳔근을 니기며 용맹하기는 범에 비하며 경쳡하기는 새보다 압셜지라도 이외에 불가불 또 한가지가 더 잇여야 공명을 세우나니 한가지는 무엇이뇨 무젹이갓치파는 셩질이니라
이말은 달음을 일음이 안이라 자셰하고 주밀치 못하면 비록 합소문의긔에 대조영의 효용을 겸하고 비령자의 츙졀에 김은쳔의 려력을 가졋을지라도 무슨일을 셩취치 못한다 함이로라
'압프로갓'만 하면 독립도 차지며 자유도 엇는다 함은 넘어 못 생각한 말이라 나도 용감을 반대하는 쟈가 안이로대 단 용맹은 나의 반대하는배라 지금에 텬하쟝사가 잇다고 가뎡하더라도 만일 그 장사가 그 압헤 산이 놉흔지 물이 깁흔지 몰으며 그 뒤에 바람이 이는지 비가 오는지 몰으고 댐비면 싸움마다 패할뿐이라 고로 봄어름을 밥듯하며 깁흔골을 림한듯하라한 말이 금과옥갓흔 격언이니라
라파륜을 만히 슝배하지마는 라파륜의 당년에 유로바(歐羅巴) 각국에 횡행한 력사가 칼에셔 만 난것이 아니며 춍에셔만 난것이 안이니라 라파륜의 패한후에 그 외국군대의 사졍을 됴사한 글을보고 그 졍하고 자셰한 것을 놀내며 탄식하지 안는니가 업셧나니 희라 라파륜의 백젼백승한 원인이 이에 잇도다 이를 몰으고셔 라파륜을 슝배하면 밋친 사람이 되며 추한 사내가 되여 인간에 한우숨재료를 낏칠 인물이 될 따름이니라 나의 생각이 진리의 왼부분이 될는지는 몰으나 그러나 확실히 반부분의 진리는 되는 생각이라 그런대 이 생각을 가지고 쳥년계의 샹태를 살펴보건대 애셕한 일이 한아둘뿐안이로다
위션 그런 방면을 대강들어 말하건대 책을 가지되 창가책이나 찬미책을 가진이는 만흐나 조곰 연구에 힘드는 책은 가진쟈가 젹으며 신문을 보되 쳥국혁명이약이나 이토(伊土)젼쟁이약이나 잇는가 뒤젹뒤젹하여 보다가 그외에 다른 이약이만 잇으면 신문쟝을 툭던지고 보지도 안이하며 본국소문을 듯더라도 남산이 문어지고 한강이 뒤집힐만치 크나큰일이나 낫다하여야 귀를 기우리고 그외에 경졔방면이나 교육방면에 물졋듯이 져져들어가는 방면은 엇더케되는지 생각지도 안이하여 눈압헤 무슨 풍파나 잇으면 갑(甲)이 올타 을(乙)이 글타하고 팔을 뽐내지만은 한가지일이라도 됴리잇게 생각하여 어려운 가온데셔 셩사하는이는 업스며 비우에 틀이는 사람이 잇으면 쥼억을 넘어 쉽게 내여들고 그 시비곡직을 찬찬히 생각할줄은 몰으며 명색이 한국사람이라 하면셔 한국사젹이 엇더케 된것인지 몰으되 붓그러워 안이하며 오날 우리나라에 아모리 사람이 업다하지마는 그래도 내외각디에 헛허진 인물이 더러잇나니 아모는 이방면으로 향하며 아모는 져방면으로 향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좃던지 반대하던지하는 것이 모다 소경의 집팽이로하며 더욱 나의 일은 남이 못하는 것이니 나의 자격은 무엇에 합당한가 생각하여 하늘이 문허지고 따이 깨질지라도 나의 잡은바는 변치안을지어늘 이졔 자긔가 자긔의 설따를 뎡치 못하고 동셔로 방황하는도다
나라를 사랑하자 동포를 사랑하자하고 이약이 삼아하며 노래삼아 할지라도 이와갓치 추하고 것칠고는 나라와 동포에리는 주지못하고 해만낏치기 쉬을지라 그런고로 누가 나의게 물으면 수병百만을 고기배에 쟝사하던 쳥쳔강의 을지문덕을 배우지말고 셕다산 놉흔봉에 공부하는 을지문덕을 배우며 당나라 쟝수를 보금으로 호령하던 김유신을 본밧지말고 즁악산 깁흔굴에 긔도하던 김유신을 본밧으라 하노라
사람이란 것이 난대로 거져두면 공자나 범인이나 일반이리니 공부에 여러가지 공부가 다잇지만은 그 즁에 몸을 닥고 마음을 길으는 공부 곳 수양(修養)공부란 것이 뎨일 큰 공부라 이 공부가 잇여야 그 추하고 것친 셩질을 변화할지니라
우리나라 쇠망한 원인이 이에 잇다 져에 잇다 하지마는 나는 하기를 국민품셩의 타락(墮落)됨이 가쟝 큰 원인이라 하노라 품셩은 또 무슨 원인으로 타락하엿나뇨하면 나는 또 하기를 불교는 잔열하고 유교도 부패하여 드디여 국민을 지도하여 잘 수양케하는 션생이 업슨 것이 또 그 원인이라 하노라
우리나라가 三국시대에 뎨일강셩치 안이하엿던가 그런대 그 시대에는 팔관(八關)의계와 풍월(風月)의 도가 잇여 사람마다 수양에 힘쎠셔 국민의 품셩이 뎨일 놉던 시대엿던이라권업신문 제4호, 1912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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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잇는 민족이라도 국슈쥬의가 업스면 망하나 나라업는 민족이라도 국슈쥬의가 잇스면 흥하나니 이는 동셔양력사에 샹고함에 털끗만치도 틀리지안는 사실이로다
국슈가 무엇이뇨 간략히 말하쟈면 곳 내나라의 됴흔 것이 이니라 자셰히 말하쟈면 곳 내나라의 말 내나라의 글 내나라의 력사 내나라의 아름다운 풍쇽 습관 갓한 것이 이니라
국슈쥬의가 업스면 웨 망하나뇨 대뎌 나는 내로다 하는 생각이 사람의 사람되는바며 나라의 나라되는바라 엇던 사람이던지 제몸을 개와 소 갓치 쳔하게 알면 남이 개와 소갓치 쳔하게 대졉하야도 북구렴을 몰으고 개와 소갓치 부림을 달게 녁이며 맛침내 개와 소의 한가지가 될뿐이라 나라도 이와갓하여 왼나라 백셩의 생각에 내나라는 원래 볼것업는 나라이며 남만 못한나라이라 하야 스사로 약하고 쳔한 나라로 알면 그 긔운이 날로 죽고 그 졍신이 날로 쇠하야 망함에 니름은 자연한 리치니라
수백년래 대한의 력사를 도라보면 국슈를 보슈치 못할뿐만 안이라 곳 경멸히 녁이며 귀치 안케 녁이여 내가 나를 우숩게 알엇으니 엇지 한심치안한이 그 즁에 한두가지를 들건대
본국말은 조국졍신을 보젼하는대 뎨일 즁요한쟈이어날 외국말의 셰력에 날마다 핍박을 밧아 고래로 젼하던 말과 업셔진 말이 불지기수이며 본국글은 본국말로 죠직하야 본국사람이 알기 쉬우며 또 본국졍신을 발휘하는 것이어늘 그 일홈을 언문이라하야 쳔대하얏도다
팔도의 산쳔을 다녀 볼지어다 까치내니 버드내니 쑥셤이니 딱셤이니 먹오리니 꼿뫼니하야 본국말로 그 일홈을 가진땅은 오직 젹은물 젹을산 젹은셤 갓한것뿐이라 한라산 지리산 한강 압록강 갓한 큰산 큰물은 본국말로 하던 일홈을 다일헛으며 려항의 니야기를 드러볼지어다 퇴계선생이니 률곡선생이니 오셩대감이니 오리대감이니하야 그이의 셩명과 사젹이 대강이라도 민간에 류젼된 본국션배는 오직 삼사백년이래의 갓가운이들뿐이라 삼국 남북죠 고려시대갓한 원대 인물은 몃개를 알지 못하는도다
희라 국슈가 이갓치 파괴되고 쇠패되엿스니 망치한코져한들 엇지엇으리오
지금에 니르러셔는 이를 한하며 이를 압허하야 내것을 사랑하쟈 내것을 보슈하쟈하는 국슈쥬의가 봄풀의 싹나듯하지마는 다만 뎌 일본의 셰력이 동해바다 죠슈의 밀리듯이 밀리여 들어와셔 그 국호를 업시하는 동시에 그 새로나는 국슈쥬의의 싹을 뿌리까지 속구려하는대 일변으로 쇼학교와 일어를 장려하야 사쳔년 샹젼하던 조샹의 말을 멸망식히랴하며 일변으로 력사셔류의 져슐을 자유로 못케하야 이쳔만인이 자긔 죠샹의 영화로운 사젹을 몰으게하며 고대의 셩곽과 궁실을 훼쳘하야 한국 사람의 눈에는 자가의 크고 굉장한 것을 못보게하며 고긔고물도 얼마큼 조국의 위대한 것을 샹샹할만한쟈는 모다 업시하야 한국고문명을 항샹말살하랴 하나니 이때에 비록 남원량셩지씨의 손을 빌어 국풍보젼을 쥬쟝하며 슈산리죵휘씨의 붓을 들어 션민슝배를 뎨챵하야 만분의 일을 붓들고져하나 또한 무슨슈로 하리오
그런즉 국슈쥬의를 발휘할쟈도 도로혀 해외동포에게 바랄밧게 업도다 강론도 자유로 할만하며 츌판도 자유로 할만하야 사샹을 젼파하는대 방애가 업나니 만일 죠흔 쳥년들을 모도와 그 신셩한 뢰에 이 쥬의를 잘 슈입하면 쟝래에 새끼가 손자를 낫코 손자가 증손을 나아셔 외디에셔 내디로 젼파하며 내디에셔 외디로 젼파하야 단군자손이쳔만인이 개개히 나는 내로다하는 생각이 나면 하늘이 엇지 그 갑을 애끼리오
그러하나 대한민족즁에 단뎨와마심의의남이 웨이리 더듼고 희라!권업신문 제8호, 1912년 6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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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야 사랑하자 동포를 사랑하여라 하난말은 오날날 거의 졀당의 념불 소리가 되엿도다 그러나 이 념불소리속에 오도(悟道)하난 즁은 우애 이리 보기가 어려운가
긔쟈왈 희라 서로 사랑업기난 우리 나라 사람갓흔 사람이 업겠도다 자샹달하히 모도 내일신만 알어 내백셩 죽이려고 외국군사 불으기를 쥬져치 안으며 내 동료의 권리빼앗으려고 외국 사람의 힘빌기를 붓그러히 안하여 서로 시긔하며 셔로 릉답하며 서로 먹으며 서로 잡다가 이디경에 닐으럿으니 후회 할만도 하니라만은 상금까지도 악습이 남어잇어 셰력 잇난쟈는 업난쟈를 해하며 업난쟈는 잇난쟈를 시긔하고 돈잇난쟈는 업난쟈를 업시녁이며 업난쟈는 잇난쟈를 쇠기여 무형한 칼과 무형한 창으로 서로 더하여 개인의 영업이 이를 인하여 랑패하며 단톄의 사업이 이를 인하여 해산되난 일이 시시로 소식이 잇나니 한층 디옥에 빠진 것이 오히려 부죡하여 몃십층을 더 작만하려 함이안인가
문명인사로 자쳐하며 문명사업을 하려한다난 샤회에 가보아도 간간 이런 악소식이 잇여 네가 나를 해한다 내가 너를 해한다 하나니 나는 이를 다풍셜이오 와젼으로 아노라 그러하나 이말나난 것이 발셔 도덕 부패의 한표증이로다
한집 식구로셔 셔로 몹시하여 부자형뎨가 이류되여 동네에 단이며 피차 훼방하며 질욕하면 그집이 망하나니 한민족도 이와 갓하여 서로 사랑치 못한 결과는 망할뿐이라 집이 망하면 내몸도 망하여 남의게 죵이도여 쳔대 밧나니 동포를 사랑치 못하다가 그 민족이 망하난 구덩이에 빠지면 내몸이 엇지 홀로 귀하리오
고로 견츅엔 에집트만하며 미슐엔 파비론만하며 상업엔 후에닉기만하여 모단 재죠가 구비할지라도 오직 동포를 사랑치 못하난 민족이면 볼 것 업난 민족이며 용감엔 쌈손만하며 변셜엔 새로만하며 슈단엔 밀라포만 하여 왼갓 능력이 완젼할지라도 동포를 사랑치 못하난 인물이면 쓸대 업난 인물이라 셰샹의 한배쳑 밧난 악마가 될뿐이니라
모셔가 그 백셩을 구함에 또한 엇지 다른 방법이 잇엇을이오 오직 사랑 한가지로만 한것이라 유대사람이 남의게 맛난 것을 보고 생사를 불고 하고 달여들어 구원하며 유대사람이 서로 싸호난 것을 보고 곳 말니여 갈아대 네가 남의 나라사람과 싸호지 안코 엇지 내동포끼리 싸호나뇨하여 자긔가 지극히 동족을 사랑하며 또 동족을 지도하여 서로 사랑케하더니 마침 산 귀신이 되여 무덤속에셔 우난 유대족을 건저 광명한길로 나아가게 하엿도다
셰계각국 민족이 각기 스사로 단결하여 노력과 완력으로 셩패존망을 닷툼은 우리의 당한 시대이오 망망한 대양가운대에 조각배를 타고 풍광을 맛나 좌우를 도라보아도 구하여 주리업슴은 우리의 쳐한 경우니 이 시대 이 경우에 잇어셔 참마음 참뜻으로 내 동포를 사랑하여 나는 너를 보호하며 너는 나를 구원하여 쓰고 닮을 갓치 하며 쉽고 어려움을 함께 하지 안으면 졈졈 우리 신셰만 참혹하게 될지니라
마음이 달너 사랑못한다 함도 안될말이라 쳔사람이 모히여도 얼골갓한이가 한아도 업다고 엇지 마음 갓한 사람이 쉬으리오 형뎨간에도 마음 갓흐란 법이 업고 부자간에도 마음 갓흐란 법이 업지만은 그러하나 형은 우애하며 아우는 공경하고 아비는 자애하며 아들은 효도함은 오직 한가족됨을 위함이니 아모리 내마음에 합지 안난 동포일지라도 동포의 의를 생각하여 동포로 사랑하고 분이 잇더라도 이를 참으며 미움이 잇더라도 이를 견대여 책망할 일이 잇거던 책망은 할지언졍 뒤에셔 모해 말며 경정할 일이 잇거던 경정은 할지언졍 속으로 져회말고 더욱 내집의 흉을 남의게 젼치 말며 내형뎨의 시비를 담넘어 가게 말고 동포를 대하거던 몬저 사랑 두자를 읽을지어다
이리하여야 무엇이니 무엇이니 우리의 바래난 것이 혹 우리의 눈압흐로 오리라 하노라
유대 구교에 '내나라 사람의게는 션을 행하고 남의 나라 사람의게는 악을 행하라' 함이 괴악하고 우매하여 발우듯지 못할 말이지만은 그러나 남의 나라 사람의게는 션을 행하고 내나라 사람의게는 악을 행하난이보다는 그우이니라권업신문 제13호, 1912년 7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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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를 합병한후로 우리나라에 대하야 온갓 학뎡을 다하면서 외국에 공포할때에난 언필칭 우리 일본이 죠선사람을 문명한 졍치로 다사린다하며 신셩한 혜택으로 인도한다하여 별별 거즛말로 텬하사람들을 속이려함은 셰샹이 다 아는바라 더말할것도 업지만은 이미 고문(拷問)문뎨에 대하야 뎌 일인들이 또 긔긔괴괴한 거즛모양을하여 자긔의 악한 일을 가리우고져 하는도다
뎌 일인들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대하야 심문할때에난 반드시 고문(拷問)졔도를 쓰며 그 고문에 쓰는 형벌은 셰샹에 다시 업난 지독한 형벌이라 학춤 란쟝 쥭침 텰편 기타 여러가지 악한 형벌을 다함으로 약한쟈난 매 아래셔 쥭고 강한쟈는 병신됨을 면치못하며 조급한쟈는 자결까지하나니 고문졔도를 쓴들 이런 고문졔도야 어나 셰샹에 다시 잇으리오
이번 소위 사내암살 음모사건은 그 영향이 외국사람에게 밋츰으로 외국사람들이 이 일을 묘사코져 하는 즁에 재판졍에셔 피고들이 이구동음으로 고문을 견대지 못하여 허사말로 공툐하엿다고 변명함애 외국사람들이 고문이라난말에 놀내여 이 일에 주목한즉 뎌 간사한 일인들은 그 흉악한 고문의 사실이 셰샹에 탄로되면 외국사람의 물의를 니르켜 이왕 자긔들이 거즛말하던 것이 허디로 도라갈가 념려하여 이에 긔괴한 슈단을 다하야 고문사실을 가리우고져 할새 디방법원 검사난 공공연하게 재판뎡에셔 션언하여 왈 피고들은 다 고문을 당하엿다하나 우리난 결코 고문한일이 업슨즉 고문이란 말은 허무한 말이라하며 외국통신원들이 경시총감부를 방문하여 죄인 심문하난 쳐소를 보쟈한즉 경시총감부쟝은 다른 죠흔방에 화려한 자리를 펴고 고문하난 형구난 한아도 보이지 안케하고셔 그 통신원들을 인도하여 보이며 왈 이련 죠흔 심문실에 엇지 고문할 리가 잇나냐하며 일인의 각신문샤들은 분분히 붓을 들어 셰샹에 공포하여 왈 문명한 일본관리가 엇지 고문을 하엿을 리가 잇나냐하여 뎌 일인들이 샹하를 물론하고 허무맹낭한 말로 셰샹사람을 속이려 하난도다
원래 오늘날 문명한 나라에셔난 죄인을 심문하되 고문하난법이 업난것이라 만일 문명한 나라에셔 고문갓한일이 잇으면 그나라 인민은 졍치혁명도 니르킬만하며 이웃나라사람은 인도(人道)문뎨를 뎨츌할만하나니 이젠 일인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대하야 감옥졔도난 십팔층아비디옥보다 더 흉악한 감옥졔도를 쓰며 죄슈를 대우함에는 사람은 못할일을 하며 피고를 심문함에는 야만도 쓰지 안이할 고문을 하면셔 이에 외국사람에게 대하야 말할때에는 가장 문명한 톄하고 온갓 거즛말을 다하니 뎌 일인들이 본래 거즛말을 잘하지만 이런 거즛말이 엇지 입으로 나오는가
슯흐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은 눈이 잇어도 볼슈업스며 귀가 잇어도 드를슈 업스며 입이 잇어도 말할슈 업난 사람들이라 그럼으로 뎌 일인들이 저의 마음대로 이런 악한 일을 하나니 동포들이여 생각할지어다 언제나 우리도 남과 갓한 감옥졔도를 마련하고 죄슈를 문명한 졔도로 대우하며 피고를 문명한 졔도로 심문하면셔 생활하여볼가
그러나 이 고문문뎨 갓한 것은 오히려 젹은 문뎨라 뎌 일인이 우리나라 십삼도로 한 너른 감옥을 맨드럿으며 그 안에 잇난 우리 동포는 다 일인 밋헤 죄슈오 우리나라에셔 쓰난 일인의 법률 졍치난 다 우리에 대한 감옥규측이며 우리나라에 사셜한 일인의 포대 병영은 다 우리에 대한 큰 형구니 언제나 우리가 이 디옥을 깨쳐 광명한 텬당을 맨들고 텬당생활을 하여 볼넌지권업신문 제16호, 1912년 8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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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 개국 사천이백사십오년 팔월 이십구일
이날은 어떠한 날이오
사천년 역사가 끊어진 날이오
삼천리 강토가 없어진 날이오
이천만 동포가 노예된 날이오
오백년 종사가 멸망한 날이오
세계 만국에 절교(絶交)된 날이오
천지일월이 무광한 날이오
산천초목이 슬퍼한 날이오
금수어별이 눈물 흘린 날이오
애국지사가 통곡한 날이오
우리의 신성한 민속이 망한 날이오
우리의 생명이 끊어진 날이오
우리의 재산을 잃은 날이오
우리의 자유를 빼앗긴 날이오
우리의 신체가 죽은 날이오
우리의 명예가 없는 날이오
우리의 입이 있어도 말 못할 날이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할 날이오
손이 있어도 쓰지 못할 날이오
발이 있어도 가지 못할 날이오
우리의 조상은 땅속에서도 눈을 감지 못할 날이오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도 희망 없는 날이오
우리는 살고저 하여도 살곳이 없는 날이오
우리가 죽고자 한들 묻을 땅이 없는 날이오?
슬프다 우리 사랑하는 동포여
이날 이날을 기억할 날이오
지금 삼년전 이날에
원수의 임금 목인이 사내정의를
우리 대한에 파송하여
수만명 왜병을
방방곡곡에 배치하고
매국적 이완용 송병준 등을 농락하여
합병조약을 체결한 날이오
이날 이날은
저 조그마한 섬 중에 있던 하이족(蝦夷族)으로
벌거벗고 금수와 같이 행동하던
저 야만과 원수되던 날이오
이 민족 저 민족이 합하여
명색이 국가로 수천년도 못된
저 무도한 왜국에게
우리 사천년된 민족이 멸망받은 날이오
애통하다 우리 동포여
이날 이날에
어떤 참혹한 형편을 당하였느뇨
우리의 황실은 왜왕의 신첩(臣妾)이 되었고
우리의 민족은 왜인의 노복이 된 날이오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보고 들을 지어다
우리의 조국을 붙들고저 하다가
대마도에 가뒤어 만리고도에 원혼이 된
최면암(崔勉菴)선생의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나라 없어지는 날 방성대곡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한칼로 목을 질러
국은을 갚고저한 민충정(閔忠正)공의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국권을 회복코자하여
만국평화회에 가서 더운 피를 뿌려
세계에 빛내게한 리준(李儁)씨의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원수를 활빈 정거장에서 단총 일발에
거꾸러뜨리고 여순구에서 영혼을 하나님께
부탁한 안중근(安重根)씨의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국록을 먹고 원수를 돕는 스티븐스(須知分)를
상향 정거장에 더러운 피를 뿌리게 하고
지금 옥중에 있는 장인환(張仁煥)씨의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매국적을 한양 대로상에서
형경의 비수가 한 번 번쩍한 결과로
원수의 손에 원통한 혼이 된 리재명(李在明)씨의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조국을 위하여 후사를 부탁하고
재산을 분급하여 공익사업에 부치고 페테르부르크에서
자결한 이범진(李範晋)의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국가를 회복하며 원수를 멸망코자하여
영웅렬사가 의병을 모집하고 각처에서 일어나
독립기를 들다가도 원수에게 도륙을 당하여
보행 망명 도수하여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며
와신상담하는 일도 이날이오
우리 조국의 청년 학도는 창가 체조로 애국심을
분발하며 신체를 건전케 하다가도 원수의 손에서
징역 받는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청년이 해외로 나오다가 중로에서
원수의 손에 잡혀 방포 일성에 무주고혼이
되는 일도 이날이오
우리의 민족은 하나님이 사랑함으로
다 하나님 앞에 믿는 자녀가 되고저 하여도
저 원수는 세계의 공법을 무시하고
종교를 박멸하여 신자를 포박하고
암살인자 음모사건이라 거짓말로 죄목을
만들어 공판하기전에 옥중에서 죽이는 일도
이날이오
우리 내지의 동포는 혼인잔치에도 세전이오
생남하는 때에도 세전이오 소와 말고기까지라도
다 세전이오 여러 가지 세전으로 우리 민족은
핏줄이 말라 살수 없는 일도 이날이오
슬프다 우리 동포여
이날 이날이 여러 가지로 생각하면
우리의 허물인가 원수의 죄악인가
이것을 공판하여 불쌍한 자에게 복을 주고
악한 자에게 벌을 주는 권능은
다만 지공무사한 하늘에 계신
상제시여 볼 지어다
윈수의 나라는 점점 쇠망한 형편에
빠지는 것도 이날이오
마귀를 숭배하며 도덕을 무시하고
밤낮 사람 죽이는 재주만 가르치는 일도 이날이오
외국국채가 수 십억이 되어 보상할 방침이
없음으로 국가의 철로와 항구를
전당 잡힌 일도 이날이오
부녀를 외국에 파송하여 매음(賣淫)으로
생활코자하는 일도 이날이오
저의 귀족들은 음란사치가 극도에 달하여
평민은 살수가 없음으로 사회주의자가
생긴 일도 이날이오
저의 임금 목인이하 황족을 폭발약으로
몰살케하고 공화국을 설립코자 하려던
행덕(幸德) 등 수십명이 죽은 일도 이날이오
저의 정치의 부패와 인민의 불평은 날로
심한 일도 이날이라
우리 동포여
이날 이날에
원수의 형편과 우리의 사정을 생각할 때에
슬픈 마음도 이날이오
기쁜 마음도 이날이오
희망될 일도 이날이오
리순신(李舜臣)씨의 철갑선으로
왜적을 함몰한 일도 이날이오
을지문덕(乙支文德)의 외적을
격파한 일도 이날이오
와싱톤(華盛頓)의 독립기를
들일도 이날이오
나폴레옹(拿巴崙)의 혁명을
폭동할 일도 이날이오
우리 동포여
이날 이날에
이와 같이 생각할 때에
뇌성벽력이 머리를 눌러도 굴치 말고
천병만마가 당전하여도 퇴보말고
용진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목적을 달할 날이오
우리 동포여
잊지 못할 날이 이날이니
이날이 지나고 그날이 당하며
우리의 한숨을 변하여 웃음이 되고
애통이 변하여 쾌락이 될
이날을 잊지 말고
금년 이날에도 이 생각이오
십년 백년까지라도 이날에
이 생각을 잊지 말고
우리 한반도를 사랑하는 동포들아
우리가 신성한 민족이 아닌가
우리의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몸을 바쳐 우리가 자나깨나
사나 죽더라도 이날을 잊지 말고
우리가 이날이 우리의 기념할 날
되기까지 힘쓸지어다
이날에 이말로 우리 대한 제국
이천만 동포 형제 자매에게 고하며
특별히 아청 영내에 있는
우리 사랑하는 동포여
이날에 이 생각으로
모세 선지자의 본을 받을 지어다
이스라엘 민족 사십만을 애급에 거느리고
가나안 복지로 가던 이날이 되며
항우(項羽)가 강동자제 7천으로
도강하던 이날이 될가
이날이 그날이 될까 그날이
이날이 될까 이날 이날권업신문 제18호, 1912년 8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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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天鼓)는 단재선생이 김창숙과 함께 중국 북경에서 1921년 1월부터 7호까지 속간하면서 민족독립사상이 담긴 논설과 사론을 펼친 순한문 잡지이다.
제1권 1호의 글제목만 보더라도 이 잡지의 내용을 잘 알 수가 있다.
맨처음에 신년축사와 창간사가 실려있고, 본문에는 '대조선군정서가 왜병을 대파한 축사', '조선독립운동과 동양평화', '왜의 소위 친선이란 무엇인가', '일본 제국주의의 말운이 이르렀다', '일본의 죄악과 무공덕을 논함', '텬고와 신년', '고고편', '폴랜드 광복 약사', '중국친구가 보내온 두 책에 대한 소개', '대한독립군이 왜를 깨뜨린 것을 널리 알림', '강우규 선생 추도사', '전 황태자 암살음모 소식', '군정서의 전황', '양대전의 상보', '북간도전란 휘보', '내국소식', '해외소식' 등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여러명으로 되어있으나, 결국 단재선생이 홀로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단재가 고대사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당시 독립운동활동의 구체적 상황을 알 수 있는 글이 실려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
- 낭객의 신년만필
- 대한의 희망
- 문제없는 논문
- 기호흥학회는 하유(何由)로 기(起)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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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의 만필이 무엇이냐? 신년의 연하장을 올리려 하나 병세가 위급한 병자에게 만수무강의 축사를 드림과 같고, 신년의 감상담이나 쓰려 하나 구름처럼 떠다니는 방랑객이 지나치게 명사의 버릇을 배움이 주제넘은지라, 신것·매운 것·단것·쓴것·생각하는 대로 쓴 글인 고로 '신년의 만필'이라 이름 붙이노라.
1. 도덕과 주의의 표준
옛날의 도덕이나 금일의 주의란 것이 그 표준이 어디서 났느냐? 이해에서 났느냐? 시비에서 났느냐? 만일 시비의 표준에서 났다면 『청구리담집』에 보인 것과 같이 나무의 그늘에서 삼복의 더위를 피하고는 겨울에 그 나무를 베어 불을 때는 인류며, 소를 부리어 농사를 짓고는 그 소를 잡아 먹는 인류며, 박지원의 『호질문』에서 말한 것 같이 벌과 황충이의 양식을 빼앗는 인류니, 인류보다 더 죄악 많은 동물이 없은 즉 먼저 총으로 폭탄으로 대포로 세계를 습격하여 인류의 종자를 없애버려야 할 것이 아니냐. 그러므로 인류는 이해문제 뿐이다. 이해문제를 위하여 석가도 나고 공자도 나고 예수도 나고 마르크스도 나고 크로포트킨도 났다. 시대와 경우가 같지 아니하므로 그들의 감정의 충동도 같지 않아서 이해 표준의 크고 작고 넓고 좁음은 있을 망정 이해는 이해이다. 그의 제자들도 스승의 참뜻을 잘 이해하여 자기 편의 이익을 구함으로, 중국의 석가가 인도와 다르며, 일본의 공자가 중국과 다르며, 마르크스도 카우츠키의 마르크스와 레닌의 마르크스와 중국이나 일본의 마르크스가 다 다름이다.
우리 조선 사람은 매양 이해 밖에서 진리를 찾으려 함으로,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 아,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통곡하려 한다.2. 이해와 권형(權衡)
도덕과 주의가 인류의 이해의 표준에서 생기었다 하면 우리가 손해를 피하고 이익만 취함이 가할지니, 그러면 나라를 팔아 한 몸과 한 집안이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것을 구하는 것이 가할까? 한규설과 같이 이등박문의 호령에 어린아이처럼 울고 도주하여 재산문서를 안고 일생을 애첩의 품에서 보냄도 가할까? 일진회같이 합병을 선언하여 노예의 구차한 삶을 얻음도 가할까? 참정권 같은 것이라도 운동함이 가할까? 이러한 좁은 시야의 이해는 이해가 아니다.
입과 배를 채울 수 있을지라도 사람의 몸이 개 돼지로 타락된다 하면 이익이 아니라 손해 뿐이며, 한 몸의 안락을 얻을지라도 부모·형제·자매·친척, 현재의 동포, 미래의 자손을 노예문서에 울릴진대 이익이 아니라 손해 뿐이니, 그러므로 개인이 되어서는 이완용·한규설이 되지않고 민영환이 됨이며, 단체가 되어서는 일진회가 되지 않고 해산·체포 등을 당하는 단체가 됨이며, 사회를 위하여는 미국보호의 선정을 받는 이보다 차라리 독립자유의 가혹한 정치하에서 생활함을 좋아한다는 필리핀 모 지사의 언설이 있으니, 이는 다 소극적 방면에서 타산한 이해요, 혹은 민족의 자유를 위하여 혹은 계급의 평등을 위하여 눈앞에 천리에 뿌려진 피와 백만이나 스러진 시체의 처참한 피해가 있음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실제상 혹 정신상의 어떠한 이익을 취하나니, 그러므로 성공한 러시아의 공산당이나 실패한 에이레의 싱픈당이 같이 인류의 교훈을 끼침이니, 이는 적극적 방면에서 타산한 이해이다. 매양 눈앞의 이해만 타산하여 "인구 감소의 화만 입을 것인가"고 갑의 행동을 비난하며 "경제 손실의 해만 있을 것인가"고 을의 주장을 조소하는 자가 많으므로 이미 작고한 어떤 이가 말하되 "나는 학자들 보기가 싫습니다. 누구의 무슨 일에든지 학자들은 대소강약의 숫자적 비교의 안목으로 반드시 패한다는 단안을 내립니다. 반드시 패하고 반드시 망한다 할지라도 아니할 수 없는 일이 있는 줄은 요새 학자의 모르는 일입니다"고 하였다.
아, 눈앞에만 보이는 크고 작고, 많고 적은 차이나 비교하는 짧은 안목의 학자야 무슨 학자이냐. 우리의 경우는 아무리 반드시 이루고 반드시 흥한다는 합리적·숙명적 운동이라도 최근의 단기간 내에서는 실패 뿐, 사망 뿐일 것이 명백하다. 학자나 주의자나 운동자나 스스로 그같은 얕은 언론행동을 버리어라. 그리하여 어떤 이의 저승에 있는 영혼의 노여움을 받지 말지어다,3. 병을 따라 약을 쓰자
우리 조선이 고대부터 고정된 계급제가 있어 고구려의 오부, 백제의 팔성, 신라의 삼골이 모두 귀와 부를 소유한 자의 별명이다. 미천왕이 어릴 때 남의 집 하인이 되어 주인이 편안하게 잠자도록 문앞 못 속에 우는 개구리를 쫓느라고 밤을 세우며, 김유신이 큰 공로를 세웠음에도 왕경의 귀족들이 한자리에 앉지 아니하려 한 모든 역사가 그 생활이 서로 현격히 다르고 차별이 엄격함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이 이것을 타파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려하여 반역혁명의 발자취가 애매모호하게 되어 있는 역사의 기록 속에서도 자주 나타났으나 당나라의 외침이 고구려·백제 양국을 유린하여 그 싹이 꺾이었으며, 고려 일대에 더욱 양반 대 군주의 쟁투, 노예·잡류 대 양반의 쟁투에 누차의 유혈이 있었으나 몽고의 외침을 당하여 그 영향이 소멸하였으며, 이 태조가 고려대의 사제유폐를 개혁하여 빈부의 조화를 도모하였으나 귀천의 계급이 존재함으로 오래지 않아 다시 그 틈이 벌어져 소년계·검계·양반살륙계 등 비밀혁명단체가 어지러이 일어나더니 또한 임진란의 팔년 병화로 말미암아 팔도가 큰 상처를 입으매 드디어 그 종자까지 완전히 없어졌다.
이와같이 사회진화의 경로를 개척하려는 혁명이 매양 반혁명적 외침 때문에 붕괴됨을 보면 이제 송곳 하나 박을 땅도 없이 타인에게 빼앗기고, 소수의 소상업가들은 선진국 생산품의 수입을 소개한데서 떨어지는 밥풀을 주워 먹게 되고, 경찰들과 군대가 끊임없이 위압을 주는 판에서 사회의 조직부터 개혁하려 함은 너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닌가 한다. 오직 농민운동 같은 것은 지주의 진악을 억제하여 일시의 급박한 동포의 궁민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니, 이는 시대조류의 혜택이 아니라 할 수 없다.4. 유산자보다 나은 무산의 존재를 잊지마라
연전 상해에서 『민중』이란 주일신문에 어떤 문사가 이러한 논문을 썼다.
"조선인 중에도 유산자는 세력있는 일본인과 같고, 일본인 중에도 무산자는 가련한 조선인과 한가지니, 우리 운동을 민족으로 나눌 것이 아니요, 유무산으로 나눌 것이다"고.
유산계급의 조선인이 일본인과 같다 함은 우리도 승인하는 바이거니와, 무산계급의 일본인을 조선인으로 본다 함은 몰상식한 언론인가 하니, 일본인이 아무리 무산자일지라도 그래도 그 뒤에 일본제국이 있어 위험이 있을까 보호하며, 재해에 걸리면 보조하며, 자녀가 나면 교육으로 지식을 주도록하여 조선의 유산자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뿐더러 하물며 조선에 이식한 자는 조선인의 생활을 위협하는 식민의 선봉이니, 무산자의 일본인을 환영함이 곧 식민의 선봉을 환영함이 아니냐.
수백년 비열한 외교 밑에서 생장한 식민지 백성들인 까닭에 무엇보다도 외교를 중시하여 매양 위급 멸망의 때를 당하면 제3자에 대한 외교는 물론이거니와, 곧 위급멸망의 화를 가하려는 상대자에 대한 외교까지도 서둘러서, 갑진년과 을사년의 사이에 일본정부에 올린 장서가 날로 날 듯하며, 일본인 통감 이등박문에게 바치는 진정서가 빗발치듯 하며, 오조약 체결할 때는 신문지에 오적을 베이는 필검이 삼엄하지만, 일본대사 이등박문에게는 애걸의 뜻을 표하며, 독립자강으로 주의삼는다는 대한자강회에 일본인 협잡배의 대원장부를 어른으로 모시더니, 오늘에 와서 주의를 부르고 강권을 반대하지만 기실은 정부가 민중으로 변할뿐이며, 집정대신이 일본 무산자로 변할 뿐이며, 통감 이등박문·군사령관 장곡천이 편산잠·계리언으로 변할 뿐이니, 변하는 것은 그 명사 뿐이요 정신은 의구하다. 그러나 민중의 외교도 매양 생활의 이해가 낙착되나니, 일본 무산자를 조선인으로 본다 함이 강한 민족에게 아첨하는 못난 비열함이 아니면 종로거지가 도승지를 불쌍타 하는 지나치게 어짐이 될 뿐이다.5. 신청년도 도로 구청년이 아니냐
"40 이상은 다 죽여야 되겠다"는 소리가 신청년의 입에 오르내린지 오래이다. 몇 마디 조리없는 연설로 일시에 선생의 존칭을 얻은 20년전의 구청년인 40이상은 마치 가치없는 물건이 의외의 시세로 폭등하다가 그 시세가 지나가면 다시 폭락하듯이 아주 시세를 잃고 죽은 사람들이니, 더 죽일 것도 없거니와 30이하의 신청년들은 산 것이 무엇이냐 과거를 부인하지만 옥으로 만든 탑도 부수며 보석으로 만든 탑도 부수어라 하는 러시아 허무당 시대의 부인이 아니라 다만 소극적 부인 뿐이며, 시대에 낙오자가 되지 말자 부르짖지만 뜨거운 피와 용기가 없으므로 다만 시대에 아부하여 용인받는 노예가 될 뿐이며, 서간도의 십만명 양병과 미국의 일억만원 차관을 장담하던 구청년의 과대망상도 밉지만 이 삼백명 유학생의 사회에서 매달 3,4원의 비용을 들여 간행하는 십여장의 속쇄판 잡지는 더욱 가련하며, 신구서적에서 한 권의 책자도 보지 않고 다만 예배당의 찬미와 무쇠주먹·돌근육의 미친 노래로 생활하던 구청년 거동도 찬양해 줄 수 없지만, 정치적·경제적 현실의 고통에서 도망하여 신시·신소설의 피난생애로 일생을 마치려는 신청년의 심리야 참말 애석할 만 하다.
이같은 퇴패한 의기로는 설혹 학업을 성취할 지라도 학교의 교사가 되거나 혹 외국인의 회사의 직원이나 되어, 자기의 밥벌이나 할 뿐이요, 설혹 해군·육군·비행대의 장교가 될지라도 그 받는 월봉으로써 자기 집이 따뜻이 있고 배불리 먹는 것이나 도모하며 빈궁한 동포나 거만하게 내려다 볼 것이니 뜻없는 자의 지식이 쓸데 있겠는가. 마치 민영휘의 금전이 사회운동에 쓸데 없음과 일반일 것이다. 아아, 크로포트킨의 『청년에게 고하노라』란 논문의 세례를 받자. 이 글이 가장 병에 맞는 처방이 될까 한다.6. 痛斥할 사회의 양대 악마
우리가 통렬히 배척할 바는
일은 형식화니 - 삼강오륜이 지금에는 붕괴되지 아니할 수 없는 도덕이 되었지만, 조정암·김충암 등 기묘 선현의 왕래한 편지와 그들의 행사를 보면, 수 천년의 낡은 풍속을 소탕하고 공자교화의 이상국을 건설하려던 성의와 세력을 흠모·감탄할 만하다.
그러나 세월이 오래이매 그 정신은 없어지고 형식만 남아 어떤 마나님의 상사인지 알지 못하고 통곡하는 충성스런 종도 있었다하거니와, 눈물 한 방울도 없이 삼년간 무덤을 지키는 효자도 없지 아니 하였다. 그리하여 이조 말년의 집집마다 효자요 사람마다 충신이던 사회가 마침내 소수의 적신을 목베어 없애지 못하였음은 정신없는 형식이 인간세상에서 전쟁하는 무기가 아닌 까닭이다.
오늘날에에 주의의 간판을 붙이며 자유·개조·혁명의 명사만을 외우는 형식적 인물의 마음보다 주의대로 명사대로 혈전하는 정신적 인물이 하나라도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피란의 심리니 - 온 조선사람이야 다 죽든 말든 나 한 몸 한 가족이나 살면 그만이라고 정감록의 십승지를 찾아 다니는 어리석은 사람은 오늘날에는 거의 없어졌겠지만, 그러나 그 심리는 의구하다. 불평등한 이 세계를 한 번 뒤집어 모든 동포가 더 행복을 누리자는 심리가 아니요, 오직 한 몸 한 집을 살자는 생각으로 찾아가면 각 과학의 지식을 얻는 중학교·대학교 … 모든 학교도 정감록의 청학동이며, 시와 소설을 짓는 문단이나 논설기사 등을 편집하는 신문사도 정감록이 철옹성이다. 난을 평정할 인물은 많이 나지 않고, 난을 피하는 인사만 있으면 그 난은 구제하지 못할 것이니, 우리가 모두 피난심리라는 큰 적을 평정하여 없애야 할 것이다.
위의 두 전쟁에 성공하면 그 다음에 선을 행한다거나 악을 행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아니니, 선과 악은 절대적이 아니요 상대적인 까닭에, 악이 없으면 선도 없는 까닭에, "사회를 위하여 공을 못이루거든 차라리 죄라도 지어라" 할 것이다.7. 문예운동의 폐해
낭만주의·자연주의·신낭만주의 등의 구별도 잘 못하는 자로, 현대에 가장 유행하는 요란한 서방 문예가들의 유명한 소설이나 극본 등을 거의 눈에 대어 보지 못한 완전히 문예의 문외한이, 게다가 십여년 해외에 앉아 조선 문단의 소식이 끊기어 무슨 작품이 있는지 얼마나 나왔는지 어떤 것이 환영을 받는지 알지 못하니, 어찌 조선 현재 문예에 대하여 가부를 말하랴.
다만 3·1 운동 이래, 가장 현저히 발달된 것은 문예운동이라 할 수 있다. 경제압박이 아무리 심하다 하나 굶주린 귀신의 금강산 구경 같은 문예작품의 독자는 없지 않으며, 경성의 신문지에 끼어 오는 서점 광고를 보면 다른 서적은 거의 15년 전 그때의 한 꼴이나 시인과 소설선생의 작품은 비교적 다수인 듯하다. 그래서 나의 두서없는 글이 문예에 대하여 망녕된 논평을 한 마디 하려 하나 아는 재료가 없어 남의 말이나 소개하고 말려고 한다.
일찍 중국 광동의 『향도』란 잡지에 그 호수가 몇 호인지 작자가 누구인지를 지금 다 기억하지 못하는 중국 신문예에 대한 탄핵의 논문이 났었는데 그 대의를 말하면,
"중국 연래에 제1혁명, 제2혁명, 5·4운동, 5·7운동 … 등이 모두 학생이 중심이었다. 그러더니 요즈음에 와서는 학생사회가 왜 이렇게 적막하냐 하면, 일반 학생들이 신문예의 마취제를 먹은 후로 혁명의 칼을 던지고 문예의 붓을 잡으며, 희생유혈의 관념을 버리고 신시·신소설의 저작에 고심하여, 문예의 별천지로 안락국을 삼는 까닭이다. 몇 구절의 시나 몇 줄의 소설을 지으면, 이를 팔아 그 생활비가 넉넉히 될뿐더러 또한 독자의 환영을 받는 시인이나 소설가라 하는 명예의 월계관을 쓰며, 연애에 관한 소설을 잘 지으면 어여쁜 여학생이 그 뒤를 따라 무한한 염복을 누리게 되므로, 혁명이나 다른 운동같이 체포되어 갇히거나 총 맞아 죽을 위험은 없고 명예와 안락을 얻으며, 연애의 단꿈을 이루게 됨으로 문예의 작자가 많아질수록 혁명당이 적어지며, 문예품의 독자가 많을수록 운동가가 없어진다" 하였다.
나는 이 글을 읽을때에, 3·1운동 이후에 적막해진 우리 학생사회를 연상하였다. 중국은 광대하고 깊은 대륙인 고로 한 가지의 풍조로써 전국을 멍석말이할 수 없는 나라이어니와, 조선은 청명하고 좁고 긴 반도인고로 한 가지의 운동으로 전 사회를 곶감꼬치 꿰이듯 할 수 있는 사회니, 즉 3·1운동 이후 신시·신소설의 성행이 다른 운동을 없앰이 아닌가 하였다.8. 예술주의의 문예와 인도주의의 문예중 어떤 것이 좋은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설혹 신시와 신소설이 성행하는 까닭에 사회의 모든 운동이 적막하다 할지라도, 만일 순예술주의자들로 말하면 "가난한 처의 단속곳을 팔아서라도 훌륭한 몇 짝의 신시를 씀이 가하며, 강토의 전부를 주고라도 재미있는 몇 줄의 신소설을 바꿈이 가하다" 하리니, 그까짓 운동의 적막 여부야 누가 알겠느냐 하리라.
중국의 존화주의를 위하여 조선이 존재하며, 삼강오륜을 위하여 민중이 존재하며, 권선징악을 위하여 역사와 소설이 존재하며, 기타 모든 것이 스스로의 존재할 목적이 없이 다른 무엇을 위하여 존재한 줄로 단정한 수백년 이래의 노예사상에 대한 반감으로는, 현세계에 인도주의의 문예가 예술주의의 문예를 대신하려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곧 예술지상주의도 찬성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술도 고상하여야 예술이 될지어늘, 귀족자제의 육체의 노예가 되려는 자살귀신 강명화도 열녀로 되는 문예가 무슨 예술이냐? 수백만의 배고픈 귀신을 곁에다 두고 1원 내지 5원의 소설책이나 팔아 한 번의 배부름을 구하려는 문예가들이 무슨 예술가이냐? 금강산의 경치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배고픈 어린아이의 눈에는 한 숟가락의 밥만 못하며, 솔거의 소나무 그림이 아무리 명작이라 할지라도 물에 빠진 자의 눈에는 한 조각의 목판만 못하며,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된 조선 민중의 귀에는 모든 아름다운 가극과 소설의 이야기가 백두산 속 미신광인 조 선생의 강신필만 못하리니, 1원이면 한 집안 식구의 며칠 생활할 민중의 눈에 들어갈 수도 없는, 2원 3원의 고가되는 소설을 지어놓고 민중문예라 부름도 얄미운 짓이거니와, 민중생활과 접촉이 없는 상류사회 부유하고 귀한 집안의 남녀 연애사정을 그림을 위주로 하는 음란을 장려하는 문자는 더욱 문단의 수치이다. 예술주의의 문예라 하면 현재 조선을 그리는 예술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인도주의의 문예라 하면 조선을 구하는 인도가 되어야 할 것이니, 지금 민중에 관계가 없이 다만 간접의 해를 끼치는, 사회의 모든 운동을 소멸하는 문예는 우리의 취할 바가 아니다. 구주 각국에는 매양 문예의 작품이 혁명의 선구가 되었다 하나, 이는 그 역사와 환경이 다른 까닭이니 조선의 현재에 비할 것이 아니다.동아일보, 1925년 1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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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嗚呼) 금일 아 대한에 하(何)가 유(有)한가. 국가는 유하건마는 국권이 무한 국(國)이며 인민은 유하건마는 자유가 무한 민(民)이며 화폐는 유하건마는 주조권(鑄造權)이 무유(無有)하며 법률은 유하건마는 사법권이 무유며 삼림이 유하건마난 아의 유가 아니며 철산(鐵山)이 유하건마난 아의 유가 아니며 우전(郵電)이 유하건마는 아의 유가 아니며 철도가 유하건마는 아의 유가 아니니 연즉(然則) 교육에 열심하야 미래 인물을 제조할 대교육가가 유한가. 차도 무유며 연즉 식견이 우월하야 전 국민지(國民智)를 계발할 대신문가가 유한가. 차도 무유며 대철학가 대문학가도 무유며 대리상가 대모험가도 무유라. 공공무존(空空無存)의 국에 창창무적의 인(人)이 되야 기 참담(慘淡)의 광경은 소아 기제(飢啼)에 병속(甁粟)이 사정(巳整)한 빈호(貧戶)의 궁동(窮冬)이며 기 처측(悽惻)의 정상(情狀)은 정부원술(征夫遠戌)에 고침독처(孤枕獨處)한 사부(思婦)의 장야(長夜)오. 기 생활은 도탄수화(塗炭水火)가 방심(方深)한 일이며 기 산업은 지이파쇄(支離破碎)가 이극(已極)한 후니 금일 아 한국민의 소유가 하(何)라 운(云)할고, 오호라 아응(我膺)을 문하고 배회삼사(徘徊三思)컨대 일장물(一長物)이 상유(尙有)하니 장물유하(長物維何)오. 왈 희망이 시이(是已)로다.
희망이란 자난 만유의 주인이라 화(華)가 유함에 실(實)이 유하며 근(根)이 유함에 간(幹)이 유함갓치 희망이 유하면 사실이 필유하나니 상제(上帝)의 희망으로 세계가 즉유(卽有)하며 민중의 희망으로 국가가 즉유하며 부조(父祖)의 희망으로 자손이 즉유하며 동류(同類)의 희망으로 붕우(朋友)가 즉유하며 야만(野蠻)이 희망하야 문명을 유하며 완고가 희망하야 혁신을 유하며 미약이 희망하야 강력을 유하며 잔열이 희망하야 우세를 유하며 유자(柔者)가 강하랴면 강을 희망하며 쇠자(衰者)가 성하랴면 성을 희망하나니 대(大)하다 희망이며 미(美)하다 희망이여.
농부의 천창만상(千倉萬箱)이 일토사의 용력이며 어자(漁者)의 오호삼강(五湖三江)이 일어망(一漁網)의 성공이며 인생의 백년 사업이 일희망의 결과하난 배니라.
사실이 희망에서 기한다 함은 고연(固然)한 이(理)어니와 앙역희망(仰亦希望)이 사실로 연생(緣生)하니니 언(諺)에 운(云)함과 갓치 우(牛)도 가빙(可憑)의 안(岸)이 유한 연후에야 기한다 하고 희망도 가위(可爲)의 도가 유한 연후에 생할지어날 시사(試思)하라 금일 아한(我韓)이 가위의 도가 유타 할까.
시국이 일환(日幻)하고 조정이 일비(日非)하야 주중천지(舟中天地)에 거목개적(擧目皆敵)이오 문전(門前) 형극(荊棘)에 이족공촉(移足恐觸)이라 복심(腹心)이 구병(俱病)하고 백해(百骸)가 개통(皆痛)하니 비록 대영웅 대정치가 기인(其人)이 기하더래도 활동할 여지가 하처(何處)인가. 시고(是固)로 희망의 반대자 즉 절망이 상지(常至)하야 산림자복자(山林雌伏者)가 완몽(頑夢)을 초성(稍醒)하야 신사업에 유심(留心)하랴 하다가 맥연(驀然)히 비루(悲淚)를 처쇄(처灑)하고 고시대(故時代)를 회앙(回仰)하니 장하다. 신라 고구려의 무략(武略)이여 일본을 동어(東禦)하며 지나(支那)를 서정(西征)하고 계단(契丹)을 격파하며 여진을 구축(驅逐)하얏스니 당년 호걸을 금일에 재득(再得)할 수 유한가. 성(盛)하다 열조열종(烈祖列宗)이여 도덕에는 조정암(趙靜庵) 이퇴계며 경세(經世)에난 정다산 유번계(柳磻溪)며 장략(將略)에난 이충무 곽망우(郭忘憂)며 문장에난 최간이(崔簡易) 유어우(柳於于)니 여차성운(如此盛運)을 금일에 재만(再挽)할 수 유한가, 오호 쇠의(衰矣) 금일 아한이 여하며
해외 유학자가 예기방장(銳氣方壯)하야 신무대에 활연(活演)하랴 하다가 맹연히 안공(眼孔)을 대착(擡着)하고 열강국(列强國)을 주찰(周察)하니 미(美)하다 성읍이며 다(多)하다 군함이여. 금궁(金宮) 옥전(玉殿)에 인목(人目)이 현요(眩耀)하며 수뢰철갑(水雷鐵甲)은 해상에 나열하얏스니 아한은 기백년 후에나 여차(如此)하랴난지. 강하다 국력이며 부하다 민산(民産)이여. 모국 국기에난 태양이 불몰(不沒)한다 하며 모국 금력은 세계에 무량하다난대 아한은 기천년 후난 여차하랴난지. 오호 난의(難矣)라 아한 금일이 여하야
삼반(三反) 오복(五覆)하야도 절망만 유심(愈深)하나니 상재(傷哉)라 절망이며 애재(哀哉)라 절망이여. 무고궁민(無告窮民)이 고통을 인억(忍抑)하고 일루(一縷)의 생명을 구보(苟保)함은 상차(尙此) 희망 이자가 유한 소이니 희망이 기절(旣絶)이면 수생(雖生)이나 하위(何爲)리요. 시고(是固)로 탄현(炭峴)이 실험(失險)하고 백강(白江)이 불수(不守)하야 적기(敵崎)가 장구(長驅)에 구도(舊都)가 전복(顚覆)함에 군왕은총(君王恩寵)에 조석 가무하야 우환수고(憂患愁苦)가 하물(何物)인지 부지(不知)하던 백제 왕궁의 애희(愛姬)로도 낙화암상(落花巖上)에 향혼(香魂)을 단송(斷送)하얏스며 궁예가 사학(肆虐)하고 견훤이 계기(繼起)하야 구분이 창천(漲天)에 흥복(興復)이 무책(無策)함에 용루(龍樓) 좌우에 엄연(儼然) 시립(侍立)하야 장래 부귀가 유아(惟我)의 소유라 하던 신라 귀족에 공자로도 지리산중에 승발(僧髮)을 자축하얏스니 애재라 절망이며 상재라 절망이여. 성희연나(聖希連拿)의 일고도(一孤島)에 신세가 유수(幽囚)되니 당년 필마로 구주에 횡행하던 나파륜도 비가(悲歌)나 창(唱)할지며 대피득보(大彼得堡)의 옥중귀(獄中鬼)로 천일(天日)을 불견(不見)하니 향일의(向日義)로 파란(波蘭)을 회복(恢復)하랴던 고수사고(高壽斯古)도 참혈(慘血)이나 토(吐)할지니 애재라 절망이며 상재라 절망이여. 개래두(盖來頭)의 화복은 당장 성패(成敗)에 부재하고 희망 유무에 재한 고로 여조(麗祖)의 동수(桐藪)가 나왕(羅王)의 포석(鮑石)보다 위(危)하나 희망이 불추(不墜)한 고로 위만 유하고 망(亡)은 무하얏스며 구천(句踐)의 계산(稽山)이 부차(夫差)의 용동(甬東)보다 참혹하나 희망이 불결(不缺)한 고로 참(慘)은 유하되 멸(滅)은 무하얏스니 금일 아한(我韓)이 과연 희망이 상유(尙有)한 시대인가. 왈 금일 아한이 부(富)난 타국만 부여(不如)하나 부의 희망은 타국보다 대(大)하며 강(强)은 타국만 부여하나 강의 희망은 타국보다 심(深)하며 문명은 타국에 불급(不及)하나 문명에 대한 희망은 타국보다 원과(遠過)하다 하노니 대하다 아한 금일의 희망이며 미하다 아한 금일의 희망이며. 대저 희망의 맹아가 항상 고통시대에 재하고 안락시대에 부재하나니 역사상의 이례(已例)를 거(擧)하건대 하국(何國) 하민(何民)이 부연(不然)한가. 노이(路易)의 잔폭(殘暴)가 안이러면 금일 법국(法國)이 무할지며 사리사(査理士)의 압제가 안이러면 금일 영국이 무할지며 영길리(英吉利)의 가세(苛稅)가 안이러면 금일 미국이 무할지며 오지리(墺地利)의 참압(慘壓)이 안이러면 금일 이태리국이 무할지며 법란서(法蘭西)의 모멸(侮蔑)이 안이러면 금일 덕국(德國)이 무할지며 금일 일본도 구인(歐人)의 만압(慢壓)으로 유(由)하야 발흥하얏스며 금일 아라사(俄羅斯)도 전패(戰敗)의 여분(餘憤)으로 이(以)하야 개혁한다 하니 오호라 망망(茫茫) 지구상에 강국이라 칭하난 국이 일도(一度) 고통이 무하고서 능흥(能興)한 자-혹 유한가. 고로 왈 <기아자-복이라 하며 핍박자-복>이라 함은 개인(蓋人)의 희망이 액경중(厄境中)에서 시생(始生)함을 운(云)함이니 아한 역사를 논하건대 이왕에 고통이 증래(曾來)하얏던가. 국가가 기백년 완전한 독립권을 실한 지 이구(已久)라 하나 내정의 자주를 관(觀)하야도 독립이며 외교의 체약(締約)을 관하야도 독립이며 관리의 출척(黜陟)을 관하야도 독립이며 화폐의 자주(自鑄)를 관하야도 독립이니 명의상(名義上) 불독립국으로 내용의 독립 권리를 우대하고 간혹 원구(遠寇)의 내침과 내지의 소요구(騷擾救)가 기(起)하면 피(彼) 소위 대방자(大邦者)를 초(招)하야 왈 이(爾)가 아(我)하라 하야 피(彼)를 반(反)히 노예갓치 사환(使喚)하얏스며 국민이 자래로 전제정치하에 칩복(蟄伏)하얏다 하나 심산중(深山中)에서 은거독락하랴도 아의 자유며 성시간(城市間)에 기인(欺人) 편재(騙財)하랴도 아의 자유며 후주잡기(후酒雜技)로 평생을 오송(誤送)하랴도 아의 자유며 연문(沿門) 지발(持鉢)에 걸식으로 종신(終身)하랴도 아의 자유니 이론상 불자유민(不自由民)으로 실제의 자유 신분을 쾌작(快作)하고 간혹 호족의 능모(凌侮)로 침탈을 당하더래도 방혜곡경(傍蹊曲逕)만 선천(善穿)하면 피(彼)의게 반(反)히 압억(壓抑)을 가하얏스니 비록 고자(古者)에 기반이 심우심(甚又甚)하고 학염이 혹우혹(酷又酷)한 시대라도 목하 이십세기의 보호운(保護云) 압제운(壓制云)과난 천양(天壤)이 판이하되 우황천산(又況天産)이 자족(自足)에 인력을 부대(不待)며 변봉(邊烽)이 안연(晏然)에 외구(外寇)가 불래(不來)한 고로 차국(此國)의 주인된 국민으로 주인의 사무를 망각하고 기백년은 부락존장에게 임하며 기백년은 봉건제도에게 임하고 기백년은 과인정치에게 임하고 기백년은 세가귀족에게 임하야 피가 선정을 행하던지 악정을 시(施)하던지 관작을 매(賣)하던지 법률을 농(弄)하던지 도시 불문하고 아난 열반(涅槃) 정토(淨土)에 대자존(大自存)함갓치 우유무사(優遊無事)하던 국민이니 설령 차시(此時)에 노사(盧梭)의 혜두(慧竇)로 복록특이(福祿特爾)의 필(筆)을 차(借)하며 마지니(瑪志尼)의 열성으로 나파륜의 설(舌)을 겸하야 동분서주하며 규호불이(叫呼不已)하더래도 필경 일개도 회두(回頭)할 자 - 무하리니 기고(其故)가 하고(何故)오. 고통이 소(少)하야 희망이 천(淺)한 고(故)니 십여년간 천상에서 낙래(落來)한 독립을 자양(自壤)함은 일반 지사가 구혈장통(嘔血長慟)하되 실즉(實則) 새옹실마(塞翁失馬)에 부(付)할배라.
내자(乃者) 수년 이래로 천지가 번복하고 풍운이 참담하야 아 사천년래 신성국가가 보호 지위에 낙재(落在)하야 일체 권리를 개실(皆失)함에 청촉(請囑)의 문도 진새(盡塞)하고 사환(仕宦)의 노(路)도 점절(漸絶)하니 피(彼) 불생 불멸 불한(不寒) 불열(不熱)하던 인물들도 초초회두(稍稍回頭)의 심(心)이 유하리니 어시호 대가위(大可爲)의 시기며
재자(再者) 일청의 전(戰)도 아한으로 유기(由起)하며 일아의 전(戰)도 아한으로 유기하고 세계만목(萬目)이 한국문제에 진주(盡注)함에 종래 동서열강과 교섭이 무다(無多)하야 동아 일방에 은군자갓치 독락(獨樂)하던 한국이 열국경쟁의 중심점이 되니 어시호 대가위의 지위로다. 대가위의 지위에 처하야 대가위의 시기를 득하야도 대가위의 국민이 안이면 대사업을 능성(能成)치 못하건이와 아가 아국 동포를 관하건대 대가위의 품격이 구유(具有)하도다. 승평세월(昇平歲月)에 나몽(懶夢)이 정장(正長)하야 강호곤우(江湖곤雨)에 백구(白鷗)를 초(招)하다가도 홀연 조지벽력(早地霹靂)에 임진란갓흔 겁운(劫運)이 돌래(突來)하면 전간토고(田間土鼓)를 격파하고 어적(禦敵)의 책(策)을 강구할새 임장졸판(臨場猝辦)으로도 시제(試題)를 선주(善做)하야 철포(鐵砲)를 창조한 박진씨도 유하며 철갑선을 창조한 이순신씨도 유하야 명예적 기념비를 역사상에 장수(長竪)하얏스니 피 서구에 강경위대(强勁偉大)로 견칭(見稱)하는 국인(國人)이라도 아 민족과 이지이처(易地以處)하면 아가 피보다 우과(優過)하고 만일 교육이나 초진(稍進)하야 지식이 점개(漸開)하면 현금 웅비 각국과 병가제구(幷駕齊驅)하기 불난할지니 피가 아의게 불급(不及)한 처가 다유(多有)하도다. 오호 아 국민이여 대가위의 국민이 안인가. 대하다 아한 금일의 희망이며 미하다 아한 금일의 희망이여. 강감찬씨가 여진에게 패주하며 왈 금일지사(今日之事) 강조일인지구당수병련졸서도흥복가야(康兆一人之咎當收兵練卒徐圖興復可也)라 운(云)하얏스니 여진과 전패(戰敗)함은 강조일인(康兆一人)의 구(咎)어니와 강조(康兆) 일인에게 정권을 전임(專任)함은 우(又) 만정(滿廷) 군신의 구라 할지어날 강공이 의연이 차언(此言)을 출(出)함은 하고(何故)인가. 개강조일인(蓋康兆一人)의 패적(敗績)함은 전국이 개패(皆敗)인 줄노 사상(思想)하야 내두흥복(來頭興復)이 무망(無望)이라 하난 용인완뇌(庸人頑惱)를 갈파함이니 금세에 기십년 완부정당(頑腐政黨)의 오국(誤國)을 인하야 일반 국민을 균시(均是) 무능력자로 촌도(忖度)하난 자 - 유한가. 아 차일언(且一言)으로 해조(解嘲)하야 왈 이왕은 조정 제공의 구(咎)오 내두(來頭)난 전체 국민의 책(責)이라 하노니
차(嗟) 아국민이여 금일부터 대희망으로 대진보하야 대국민을 작(作)할지니라.
혹 왈 금일에 여차히 희망이 유하다 하니 차 희망으로 전진하면 기년 후에나 목적지에 도달할가. 왈 의무만 천(踐)하면 권리가 자래(自來)하며 책임만 수(酬)하면 행복이 자지(自至)하며 가치만 출(出)하면 허다화물을 개득(皆得)하나니 일일만에 차 의무 차 책임을 진(盡)하면 명년에 차 권리 차 행복을 응득(應得)할지며 십년만에 진하면 십년 후에 응득할지며 백년만에 진하면 백년 후에 응득할지며 천년 만년이라도 차를 능진(能盡)치 못하면 권리 행복은 고사(姑捨)하고 고통만 일심(日深)하야 이(爾)의 희망하던 목적이 몽포(夢泡)를 작(作)하리니 고로 오배(吾輩) 금일에 의무 책임의 수진(酬盡)함만 주야면려(晝夜勉勵)할지요 권리 행복의 하시래(何時來)난 문(問)할바도 안이며 구(究)할 바도 안이니라.
혹 우왈(又曰) 아한이 여차히 희망이 유하다 하니 연칙 기십 기백년 후일지라도 한국은 종당 한국인의 한국이 되야 타국의 기반(기絆)을 불수(不受)할가. 왈 기국민이 기 국을 자국으로 지(知)하면 기 국이 자국민의 국이 되며 기 국민이 기 국을 타국갓치 시(視)하면 기 국이 타국인의 국이 되나니 차(此)는 난도(難逃)의 공예(公例)라 비(譬)컨대 천금재산을 차에 치(치)하고 주인이 유탕불고(遊蕩不顧)하면 기 간복(奸僕)이 기무전(幾畝田)을 점(占)하며 기 교객(嬌客)이 기간옥(幾間屋)을 잠유(潛有)하며 심지(甚至) 기 인가(隣家) 주파(酒婆)까지 기 분전척포(分錢尺布)에 유정(流정)하야 해가(該家)의 주권이 타가(他家)로 이(離)하려니와 단 기 주인자가 분발자려(奮發自勵)하난 경우에난 당당 소유권을 수(誰)가 감이(敢移)하리요. 즉 금 아한이 중흥하랴면 국민 인인이 자국사업에 발분할 이이(而已)라. 파란(波蘭) 애급(埃及)에도 의사가 불무(不無)며 월남 비율빈(菲律賓)에도 충신이 역유(亦有)하건마난 필경 망국의 참상을 정현(呈現)함은 차등(此等) 충의난 소수에 거(居)하고 기 대부분 국민은 개준준우매(皆蠢蠢愚昧)한 소치니 금일 오배(吾輩)가 국민의 지식과 실력이 미진함만 시우(是憂) 시려(是慮)할 것이오 차국(此國)의 기반(기絆) 탈면(脫免)이 무계(無計)라난 망상은 작(作)함이 불가하니라. 왈 희망이 여차 대유(大有)한 금일 아한으로 중로 퇴저(退沮)할 리(理)가 만무하니 연칙 오배의 진취하난 전도난 구심토혈(嘔心吐血)할 필요도 무(無)하며 마권찰장(磨拳擦掌)할 필요도 무하고 단지 옹용담소(雍容談笑)로 순서이진(循序以進)함이 족할가. 오호라 불가불가하다. 고통중에 재한 자의 희망은 태사(太奢)하며 우(又) 태급(太急)하야 실망이 매이(每易)하나니 비록 천하장사 항우라도 혹병(酷病)에 이(罹)하야 고고구약(苦苦求藥)하난대 하허(何許) 일용의(一庸醫)가 부자환(附子丸) 십근을 투(投)하며 왈 차약(此藥)을 몰탄(沒呑)하여야 여병(汝病)이 속차(速差)하리라 하면 즉 대두전앙(擡頭前仰)할지며 하허일구인(何許一仇人)이 조훼탕(鳥喙湯) 수첩(數貼)을 환(換)하여 왈 차약(此藥)을 진복(盡服)하여야 여병(汝病)이 쾌거(快祛)하리라 하면 즉 개구음하(開口飮下)하리니 불과 순식간에 일명(一命)이 오호료(嗚呼了)할지라 엇지 계신(戒愼)할 처(處) 안인가. 목하 팔역(八域)을 환고(環顧)하건대 옹옹희망(옹옹希望)이 원근 일반인대 불행마류(不幸魔類)가 종횡하야 혹 외인 의뢰로 기치를 수(竪)하고 휘지(麾之) 왈 내(來)하라 내하라 여(汝)가 차에 내하여야 복록(福祿)을 향(享)하리라 하며 혹 동포 압제로 수단을 작(作)하난 자가 초지(招之) 왈 내하라 내하라 여가 차에 내하여야 이익을 득하리라 하며 혹 심장 전환(全換)한 자가 왈 내하라 내하라 하며 혹 도덕 타양(墮壤)한 자가 왈 내하라 내하라 하며 혹 내흉외직(內凶外直)한 자 혹 인리망의(因利忘義)하난 자 혹 견기추부(見機趨附)하난 자 혹 조명투예(釣名偸譽)하난 자가 막불(莫不) 아 동포 이타(耳朶)에 향하야 내하라 내하라 대규(大叫)하나니 위험하다. 금일이여 방황문로(彷徨問路)하난 동포들이 기 감언을 미신하야 건상왕종하난 일(日)이면 형극중(荊棘中)으로 향할난지 수화중(水火中)으로 향할난지 차개불지(此皆不知)에 속한 사(事)니 신사업에 주의하난 제군들아 금일이 과연 하일(何日)인가. 차 국민에 차 희망을 성취케 하난 자도 제군이며 실패케 하난 자도 제군이니 불가불 김유신씨가 석굴에 기도하난 정성을 포(抱)하며 최춘명씨가 고성(孤城)을 독수(獨守)하던 기개를 장(仗)하고 좌수(左手)에 하우씨(夏禹氏)가 용문(龍門)을 개착(開鑿)하던 신부(神斧)와 우수(右手)에 노양(魯陽)이 낙일(落日) 도휘(倒揮)하던 장과(長戈)를 하(荷)하고 서초패왕(西楚覇王)의 심선파(沈船破) 부증(釜甑)하던 결심으로 대답보(大踏步) 전진하야 교육을 제창커던 기 심(心)에 기 신(身)도 무(無)하며 기 가(家)도 무(無)하고 교육만 유(有)하며 학문을 연구커던 기 심에 기 신도 무하며 기 가도 무하고 학문만 유하며 정객의 심에난 정치개선만 유하며 실업자의 심에난 공익사업만 유하야 말내(末乃) 기 망신(忘身) 망가(忘家)의 소득자(所得者)로 차국(此國)에 공헌하되 형극(荊棘)이 차국(此國)의 전도를 전새(塡塞)하거든 만검(萬劒)이 제분(齊奮)하며 사축(蛇축)가 차국의 강토를 천식(천食)커든 만노(萬弩)가 제발(齊發)하야 대국민의 의기로 대단체를 공결(鞏結)하면 흉중에 포장(抱藏)한 희망이 안전(眼前)에 용현(湧現)할 시기가 유하리니
대하다 아한 금일의 희망이며
미하다 아한 금일의 희망이여
미구에 조물자가 세계 각국민의 시험 성적을 고감(考鑒)하나니 아 국민이 제일등의 자격이 유하도다만은 만일 태타한만(怠惰汗漫)하야 경쟁심이 무(無)하면 공(空)을 득(得)하나니라.
오호라 현재의 고통은 과거 무희망으로 유(遺)한 얼업이오 미래의 행복은 현재 유희망으로 파(播)할 종자니 면(勉)할지어다 아 한인아. 과거의 무희망은 과거 인물이 조(造)한 겁몽이며 미래의 유희망은 미래 인물이 축(築)할 토대이니 면할지어다 아 한인아. 과거의 무희망으로도 기 고통이 차극(此極)에 이지(已至)하얏거던 현재에도 무희망하면 미래에 고통이 장우하경(將又何境)에 지(至)하리요. 면할지어다 아 한인아. 아차일리담(我且一俚談)으로 고하야 왈 전동(前冬)의 동아(凍餓)를 사(思)하거던 금하(今夏)에 유태(遊怠)를 무작(無作)하며 선대의 산업을 원하거든 명일로난 탕패(蕩悖)를 무재(無再)하라 하노니 아한 금일이 과연 하일(何日)인가. 금일에도 희망이 상박(尙薄)하면 타일(他日)에난 희망하랴도 희망할 여지가 무하리니 면할지어다 금일 아 한인아. 희망에서 원력(願力)이 생(生)하고 원력에서 열심(熱心)이 생하고 열심에서 사업이 생하고 사업으로 국가가 생하나니 면할지어다 아 한인아. 희망할지어다 아 한인아.대한협회회보 제1호, 190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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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사람이 떡장사로 득리(得利)하였다 하면 온 동내(洞內)에 떡방아 소리가 나고, 동편집이 술 팔아가 실리(失利)하면 서편 집의 노구도 용수를 떼어들이며 진(進)할 때에 같이 와- 하다가 퇴(退)할때에 같이 우르르하는 사회가 어느 나라의 사회냐. 제 흉을 제가 봄이 좀 얼 없는 일이지만 우리 조선의 사회라고 자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국중엽부터 고려말세까지 염불과 목탁이 세(勢)가 남에 제왕이나 평민을 물문(勿問)하고 남(男)은 여(女)에게 권(勸)하며, 조(祖)는 손(孫)에게 전(傳)하여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의 한 소리로 천년의 긴 세월을 보내었으며, 이조 이래로 유교를 존상(尊尙)하여 오백년 동안이나 서적은 사서오경이나 사서오경의 되풀이요, 학술은 심(心)·성(性)·리(理)·기(氣)의 강론뿐이었나니 이같이 단조(單調)로 진행되는 사회가 어디있느냐. 야소교(耶蘇敎)를 믿어야 한다 하면 삼두락밖에 못 되는 토지를 톡톡 팔아 교당에 바치며 정치운동을 한다 할 때에는 수간 상점을 뜯어 엎고 덤비나니, 이같이 맹종 부화하는 사회가 어디 있느냐.2. 세계대전 이전까지 서양 각국인이 유태인을 조소코자 하면 지전(紙錢) 한 장을 내어들고 '유태국의 국기를 보시오. 이것이 유태국의 국기올시다 하였다' 한다. 그러더니 그 국기 밑에서 유태국이 마침내 부활하였다. 그러나 나의 우견(愚見)에는 조선인이 유태인이 되기는 그리 지난(至難)한 일이 아니라 한다. 어찌 그러냐 하면 대개 세상의 장단을 맞추어 나아가는 데 조선인도 썩 재주있는 민족이라 전술한 바와 같이 염불시대에는 전사회가 석가가 되고 유교시대에는 전사회가 공자가 되던 조선이라.
그리하여 효(孝)하라 하면 아픈 줄을 모르고 고육(股肉)을 할(割)하며, 충(忠)하라 하면 아까운 줄 모르고 신가(身家)를 희생하였나니, 종금(從今) 이후로 이 시대는 금전이 제일이라는 호성(呼聲)이 높아질수록 전사회가 금전만 알게되리니, 유태인되기야 하난(何難)이리오.
그러면 유태인같이 부활도 되겠느냐. 아, 이는 실로 지난한 일이라 하노라. 유태 부활의 원인은 그 금전의 국기뿐이 아니라, 곧 언어·종교·문화·단결력 등의 무기로써 그 국기를 보호하며, 세계도처에 행국(行國)을 삼아 가지고 다니던 민족이라, 원래 정신이 멸망치 아니하였으니 금일의 부활도 그리 희귀할 것이 없거니와, 조선인은 자래(自來) 단조(單調)로 나아가는 사람이라, 공자를 외운다하면 문전옥답이 물에 떠나가든지 조전보물(祖傳寶物)이 불에 타든지 다 불고(不顧)하고 공자만 외웠었나니, 조선인이 만일 금전주의로 나아간다면 인류의 상애(相愛)니 호조(互助)니 하는 것은 명사(名詞)까지도 잊어버리기 쉬울지며 사회적 민족적 운동같은 것은 몽중에 재현하기도 어려울지며 조선어·조선문이 만일 금전 벌이에 불편할진대 헌신짝 벗어버리듯 하리니, 유태같이 부활할 조건이 어디있느뇨.
내가 조선인이 유태인되기 쉽다 함은 금전을 생명으로 보게 될 일건(一件)을 가르침이요, 다른 방면을 병제함이 아니니라.
보라, 남녀학생의 결혼에 금전이 제일장 제일조가 아니냐, 동지의 홀리(忽離) 홀합(忽合)이 모두 금전의 관계가 아니냐. 일이천원의 금전이면 해상 소무(蘇武)의 고절(苦節)이라도 빼앗을 수 있는 줄로 생각하는 이 때가 아니냐. 미구(未久)에 부자·친척·붕우 등의 실 오래기만한 정의가 금전이란 그것의 관계하에서 존재할 것이 아니냐. 그러므로 만일 유태적 조선을 부활시키려다가는 조선은 아주 지옥에 들어가는 날이라 하노라.3.그러면 조선을 구하자면 금전을 배척하여야 될 것인가. 아아, 전세계가 일대 공산사회 되기 전에는 개인이나 일국을 물론하고 안연(顔淵)의 청빈주의를 가지고는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매양 단조로 진행하여 금일에 인(人)을 활(活)하기 위하여 공자를 존봉(尊奉)한다 하면, 명일에는 인(人)을 살(殺)하여 공자에게 공헌하는 사회다. 아직까지도 금전 모으는 자에게 왜 금전을 모으느냐 하면 사회의 구제를 위하여 모으느니 조선의 부활을 위하여 모으느니 하는 교활한 회답(回答)도 있을 것이요, 자손을 위하여 모으느니 일신의 안락을 위하여 모으느니 하는 진솔한 회답도 있으려니와, 만일 종차(從此) 십년을 지나 금전주의가 팽창하게 되는 날에는 그 회답이 보통으로 금전을 위하여 금전을 모으라 할 것이다.
과거의 조선도 모두 금일같이 빈한하였드냐 하면 역사로 추구하면 꼭 그렇든 것은 아니다. 황금을 쫓아가다가 멸망한 사실도 적지 않은 듯하다.
고대의 기록이 왕왕 에누리가 많으니 일원에 구십전은 버리고 본다 할지라도 '삼국사기'·'삼국유사'· 기타 각서에 거(據)하여 신라 헌강왕 시대의 전국 부력(富力)을 모득(摸得)할 수 있으며, 송막기문(松漠紀聞)에 의하여 발해 말년 곧 그 망국 이후까지의 재산 요족(饒足)함을 상상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일은 궁예·견훤 등의 내란에 전토(全土)가 유린(蹂躪)되고 일은 계단(契丹)·여진(女眞) 등의 외환에 종족이 진멸(殄滅)하였도다.
고려로 말하여도 파사(波斯)·대식(大食) 등 제국의 상가(商賈)가 빈번(頻煩)함을 보면 상공업도 그리 숙조(肅條)하지 안하였던 듯하며, 송도의 왕공(王公) 귀족들은 민영휘(閔泳徽) 이상의 토지 소유자도 많었던 듯 하도다마는, 급기(及其) 무엇에 멸망하였느냐 하면 군함이나 대포나 비행기 같은 것이 아니오, 불과시(不過是) 백보밖에서 솔 방울을 쏘아 떨어뜨리는 이태조 대왕의 활이다.
그 활을 들고 위화도에서 회군함에 북정(北征) 장사 오만명이 굴수(屈首)하며, 송도에 치입(馳入)하매 양경(兩京) 오부(五府) 방백 수령들이 습복하며 말내(末乃) 왕위까지 점거하나, 전국이 숙연하여 이강년·최익현 같은 대항자가 일인도 없었도다. 고로 송도의 멸망이 어찌 일개 태조의 활의 위(威)이랴. 당시 황금에 목을 맨 송도 신민들이 그에 대항할 기력이 전핍(全乏)한 까닭이니라, 누가 두문동(杜門洞)의 칠십이현(七十二賢)을 충의지사라 하느뇨. 다만 이태조 초년에 출사(出社)하다가는 궁궐의 건축이나 군대의 확장같은 데 원납(願納)이나 시킬까 공(恐)하여 금(金)을 옹(擁)하고 문(門)을 두(杜)함이니라.4. 이조 초년에 송도의 유금주의(唯金主義)를 통감하여, 밥 굶는 선생 원운곡(元耘谷)을 찬탄(讚歎)하며 밥 굶는 재상의 황희를 등용하여 거의 부를 사(捨)하고 빈을 취하려 할 만큼 풍기(風氣)를 바꾸어 놓았도다. 이를 금일의 안공(眼孔)으로 보면 민족의 해(害)된 곳도 적지 않으나, 그러나 누구든지 이십만원에 신(身)을 매(賣)한 박영효의 면(面)을 타(唾)하며, 사백만원에 국(國)을 매(賣)한 이완용의 죄를 주(誅)하여 인심이 송도 말년같이 되지 안함은 그 효력이 아주 없지도 안하니라.
이십세기 오늘날에 앉아 정권을 실(失)한 빈민(貧民)이 경제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함은 망론(妄論)이려니와, 금전이 려대(麗代)의 석가나 이조의 공자보다도 더 신성하여 가는 것은 목하의 사실이다. 이 사실이 굳어 갈수록 진(眞)이었든지 가(假)이었든지 사천년 역사, 이천만 민족의 무엇을 위하여 다니노라던 인물들은 모두 서리맞은 고엽(枯葉)이 될 뿐이며, 기개(幾個)의 청섬유지(淸섬維持)로 자처하던 유민(遊民)들은 송병준이나 민영휘의 문전의 걸노(乞奴)가 되고 말 것이며, 금전을 목적하지 않은 해내외(海內外)의 모모(某某) 단체들은 토붕(土崩)와해(瓦解)에 귀(歸)할 것이며, 일반의 을미(乙未)이래(以來) 유혈(流血)한 선민(先民)에 대한 감정을 지나통감(支那通鑑)에서 고인(古人)의 성명을 대함과 같으리니, 차후에도 그대로 존재한 조선 종자가 있다 하면, 이는 일본인 중국인 혹 로국인(露國人)이 되어서 존재한 조선 종자요, 조선인으로서의 존재한 조선 종자는 아닐지니라.
그러면 이러한 참화(慘禍)를 무엇으로 구(救)하겠느뇨.만일 금전 출입하는 곳마다 일대 흑면(黑面) 적혈(赤血)의 신(神)이 따라 다니면서 외워 가로대
금전 이외에 조선도 있느니라,
금전 이외에 동지도 있느니라,
금전 이외에 동족도 있느니라,
금전 이외에 치욕도 있느니라,
하여 금전 가진 자의 이공(耳孔)에 항상 불절(不絶)하는 벽력(霹靂)이 되어 금전으로 수단을 삼고 그 이외의 목적을 찾도록 하면 조선 만구(挽救)의 책(策)이 되리라 하노라. 그러나 그 신(神)은 무엇이냐. 염불이냐, 나팔(喇叭)이냐, 문사(文士)의 붓이냐, 노동자의 노력이냐, 정포은(鄭圃隱)의 단심가냐, 창해력사(滄海力士)의 철추(鐵推)이냐.동아일보 1924년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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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我) 기호(畿湖)가 석일(昔日)에도 학(學)이 유(有)하였거늘, 금일(今日)에는 하(何)를 학(學)하건대 '흥학(興學)' 이자로 치(幟)를 특게(特揭)하고 본회가 기하느뇨.
오호라, 부연(不然)하다. 아(我)가 이세부터 보(步)를 학(學)하였던건만 금(今)에 기차와 경보(競步)하려 한즉 각(脚)이 궐기(蹶起)하여도 불능할지며,
아가 오세부터 등약(騰躍)을 학하였건만 금에 비선(飛船)을 추급(追及)하려 한즉 익(翼)이 생(生)하여도 불능할지며,
아가 보부행상을 학하였건만 금에 차로써 세계시장에 출현하려 한즉 정어(井魚)의 명발망상(溟渤妄想)이라 불가하며,
아가 추착석마(椎鑿石磨)를 학하였건만 금에 차로써 미술대가와 비견(比肩)하려 한즉 초요(焦僥)의 천근강담(千斤强擔)이라 불가하며,
아가 시삼백(詩三百)을 학하였건만 금에 차로써 외교무대에 립(立)하여 비사맥배와 항(抗)함은 불능할지며,
아가 이십일 사(史)를 학하였건만 금에 차로써 세계대세를 관찰하여 시국문제를 해결함은 불능할지니,
오호라, 동구하갈이 기시(其時)가 각적(各適)하고 강선륙마(江船陸馬)가 기의(其宜)가 각이(各異)하거늘, 혹자 막막치인은 중면란주를 착(着)하고 항염(亢炎)에 올좌(兀坐)하여 기미후(其美厚)를 과(誇)하며, 건기호준(健驥豪駿)을 승(乘)하고 대해(大海)에 엄임(儼臨)하여 기구치(其驅馳)를 사(肆)코자하니, 석부(惜夫)라 피(彼)의 우(愚)여, 아배(我輩) 기곡속 무죄(無罪)히 타락(墮落)에 취(就)함을 시애(是哀)하는 바, '흥학' 이자로 치(幟)를 게(揭)하고 사(斯)에 기(起)하여 일부(一斧)에 수백년 암흑방면 타파하고 문명을 학하며 강의(强毅)를 학하며 유신을 학하며 독립을 학하여, 이십세기 금일 차시(此時)에 생(生)한 아배(我輩)가 진(進)하여 외국인을 대하매 한국인이라 칭하기 무괴(無愧)하며, 퇴(退)하여 내지동포를 대하매 기호인이라 칭하기 무괴하여, 회회광대(恢恢廣大)한 천지에 아의 면목과 아의 수족으로 아가 자립자행하며 자유자주할 조원(造願)을 포(抱)하고 어시호 아 흥학회를 조직하니라.기호흥학회월보 제1호, 1908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