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탄신 143주년 기념 헌사(獻辭)
희망의 붕(鵬)새가 창천을 날아 백두 한라의 강토를 지켰고, 무지개 난(鸞)새가 창공에 솟아 조선 대한의 기백을 세웠다. 붕새처럼 난새처럼 파도치는 역사의 하늘을 나신 분이 계시니, 그는 대전(大田)에서 나시고 청주(淸州)에 묻히신, 민족의 스승 충청의 절개, 단재 신채호 선생이다.
1921년 선생은, ‘取盡夷島血來(취진이도혈래) 섬 오랑캐의 피를 모두 모아, 其釁於我天鼓(기흔어아천고) 우리 하늘북에 그 피를 칠하리라’고 천지신명에 고했다. 선생은 강철 같은 시 <천고송>을 일본제국의 심장에 꽂아 강도를 징치(懲治)했으니, 대한의 역사는 만세에 찬란하여라!
1923년 선생은, ‘강도(强盜) 일본(日本)이 우리의 국호(國號)를 없이 하며’로 시작하는 참절장렬한 대문장 <조선혁명선언>으로 대한 동포의 폐부를 찔렀다. 선생의 기백은 하늘에 닿았으며, 선생의 혼백은 삼세(三世)를 울렸다. 풍전등화(風前燈火) 국가존망의 지경에서 흘린 선생의 붉은 피, 이 강산에 가득하다.
일생을 민족해방에 바친 선생은 조선, 러시아, 일본, 중국을 오가면서 일체의 타협과 굴종을 거부하고 견결한 반제 항일 투쟁의 길을 걸었다. 또한 선생은 아득한 이국 땅, 여순(旅順) 감옥에서 장렬하게 옥사하는 그날까지 민족의 역사와 민족의 정신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 살았다.
붕새가 붕정만리를 날아 희망의 나라로 향하듯, 난새가 오음오색으로 세상을 밝게 하듯, 선생의 유훈은 삼천리에 선연하다. 선생의 혼백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대한 민족의 하늘 북[天鼓]을 울린다, 둥둥둥, 두리둥둥! 충청의 이 기상은 계룡 속리를 돌아 대한 민족 모두의 정신을 깨우리라.
2023년 12월 8일(금)
사)단재신채호선생 기념사업회